CEO버핏, 정직경영 명성 흠집 ‘위기의 남자’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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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 사라질 것인가.

세계 2위의 거부(巨富)여서가 아니라 정직하고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기업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로부터 폭넓게 존경 받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계열사가 연루된 보험 부정거래와 관련해 11일(현지 시간)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

법무부와 뉴욕 주 검찰, 증권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관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 재보험사인 제너럴리와 세계 최대 보험업체 AIG의 재보험상품 변칙거래를 버핏 회장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2000년 4분기(10∼12월)와 2001년 1분기(1∼3월) AIG는 제너럴리와의 한정보험상품 거래를 통해 보험료로 5억 달러를 받았으며,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이 돈은 부채로 기재돼야 했지만 AIG는 이를 매출로 기재해 재무 실적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보험업계의 거물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은 이 문제로 낙마했다. 제너럴리는 AIG와 공모해 이와 같은 변칙적인 장부 처리를 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측은 버핏 회장의 사전인지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버핏 회장 자신도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올해 1월 사내 메모를 통해 “버크셔는 돈을 잃을 여유는 있어도 명성을 잃을 여유는 없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버핏 회장을 바라보는 뉴욕 금융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핏 회장 측이 2월부터 사정 당국에 적극 협조하며 부정거래 자료를 제출한 것이 그린버그 회장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10일 보도했다. 버핏 회장이 자신의 명성을 지키고 부정거래 혐의를 줄이기 위해 수십 년간 우정을 쌓아 온 그린버그 전 회장의 불법거래 연루 사실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엘리엇 스피처 뉴욕 검찰총장은 10일 TV에 출연해 “버핏 회장의 검찰 출두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자격”이라고 강조하며 “버핏 회장의 협조로 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이번 검찰조사에서 제너럴리와 AIG의 거래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답변할 것으로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예상했다. 이 경우에도 버핏 회장의 명성에 흠집이 날 가능성이 높다.

버핏 회장마저 기업 스캔들에 허덕일 경우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상실감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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