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주명]대학 개혁도 자율권 바탕 위에서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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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국가경쟁력은 대학 교육의 질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관건이며 그 바탕은 핵심 인력 양성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대학의 대외경쟁력은 각종 지표, 순위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세계 100대 대학에 일본 중국 홍콩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주요 대학들이 들어가지만 국내 대학은 겨우 1개 혹은 아예 없는 형편이다. 대내적으로는 2005년 전국 202개 4년제 대학과 158개 전문대에서 66만7094명을 모집했으나 실제 등록한 신입생은 57만9060명에 그쳐 미충원율이 13.2%에 이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단기간에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에 이르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내는 데 근간이 된 국내 우수 대학들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전문대학을 포함한 지방대학은 존폐의 위기에 내던져지고 있다.

▼본고사 등 ‘3불정책’ 재검토를▼

필자는 지난 3년 동안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NURI)과 지방대학육성사업 평가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지방대학의 현안들을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요즘 미충원 사태를 겪고 있는 지방대 대부분은 이공계로 특성화된 종합대학으로 설립돼 외환위기 이후 이공계 기피현상과 맞물리면서 정원 미달 현상을 낳고 있다. 특정 분야를 단기간에 집중 증원하면서 장기적 비전 아래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행하지 않고 근시안적인 대학설립 준칙만을 내세워 추진한 결과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양적인 성장 속에서 산업사회의 교육 수요를 나름대로 감당해 왔으나 획일적인 종합대학 지향으로 대학별 역할과 특성이 불분명하고 기능이 중복돼 국가의 인적자원 투자에 비효율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대학이 시장화, 개방화되는 현실에서 대학구조개혁의 방향은 대학 간 차별화된 특성화, 무한경쟁의 지구촌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국제화, 양적 확충보다는 질적 향상을 위한 정예화에 맞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의 진정한 구조개혁은 정부와 대학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자율권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이제까지 교육부가 견지해 온 소위 ‘3불정책(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도입 금지)’도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학구조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재정의 87%가 초중등교육에 집중돼 있고 약 13%만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 예산으로 편성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열악한 수준이다. 인적 자원을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는 핀란드의 경우 대학진학률은 60%,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국내총생산(GDP)의 1.7%인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은 81.3%이지만 정부 지원은 GDP의 0.4%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의 ‘보통’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서 GDP의 1% 수준으로 고등교육 투자를 확대해 대학구조개혁에 활용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은 교육계로서는 반길 만한 정책이다. 확충된 재정지원 논리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수요가 감소하는 분야의 정원을 과감히 감축하고 대학 통합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은 대학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단 대학을 지역적 근접성만의 잣대로 통폐합하고 획일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감량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 아픔 감내해야▼

대학 측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까지의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이 확충된 재정 지원하에 특성화 국제화 정예화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교육시장에 당당히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주명 서울대 교수·석유에너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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