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포장을 끝낸 진입로로 들어서는 순간, 박물관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주한미군 헬기장에서 UH-60 블랙호크가 먼지를 일으키며 이륙했다. 요즘에도 훈련기간이면 하루에 수십 대가 뜨고 내린다고 한다. 이 헬기장은 5월 1일에야 박물관에 넘겨진다. 그 뒤편에는 헬기장이 옮겨간 뒤 메울 흙더미가 쌓여 있다.
외벽 둘레 1km, 높이 43m에 이르는 웅장한 박물관 건물은 거대한 성채를 연상시킨다. 건물 앞쪽에선 조경 공사가 한창이고 두 동의 야외화장실은 현재 골조공사를 끝낸 상태다.
박물관 측은 크고 단조로운 건물에서 오는 권위적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건물 주위에 인공동산과 폭포 등을 만들어 아기자기한 멋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건물 오른쪽에 새로 지어진 전각 안에는 경복궁에서 옮겨온 보신각종(보물 2호)이 아직 특수포장을 풀지 않은 상태로 놓여져 있고, 건물 앞엔 사리탑 등 석조물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건물 내부에선 그동안 무진동 차량 등을 이용해 경복궁 옛 국립박물관에서 옮겨온 유물들을 배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7개 전시관 중 고고관은 이미 배치작업을 마쳤고, 역사관 미술관 동양관 등은 작업 중에 있다.
전시실 오른쪽 끝부분에 3층까지 뚫린 공간에는 높이 13m의 경천사지 10층 석탑(국보 86호)을 복원해 설치할 계획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그동안 배치계획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일단 7월까지 배치작업을 마친 뒤 의견수렴을 거쳐 개관 때까지 수정작업을 계속해 나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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