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숨쉬기도 힘겹지만 포기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05분


마음 같아선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없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TG삼보와 KCC 선수들이 머물고 있는 전북 전주시 L호텔엔 11일 약 냄새가 진동했다. 하루 걸러 계속되는 접전 속에 양쪽 선수들이 연방 파스와 소염제를 뿌려댔기 때문.
정규 리그 54경기를 끝내고 4강전을 거쳐 챔프전까지 계속된 강행군 속에 주전들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남은 건 눈물겨운 투혼과 독기뿐이다.
TG 신기성은 챔프전을 앞두고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려 1주일 넘게 고생하고 있다. 콧물과 가래에 시달리고 있지만 백업 가드가 없어 쉴 수도 없다. 최악의 컨디션에 상대의 집중 견제까지 받으며 1∼3차전에서 평균 36.3분을 뛰었다. 그래서 매일 영양제 주사로 버티고 있다. “주사를 하도 맞아 퍼렇게 멍까지 들었습니다. 코가 막혀 숨쉬기도 힘들어요.”
KCC 이상민은 2차전에서 신기성과 얼굴을 부딪쳐 입 안을 네 바늘이나 꿰맸고 가슴에도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나흘 만에 처음으로 간신히 밥을 먹었어요. 가슴이 아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TG 김주성도 심한 몸싸움으로 어디 한 군데 성한 데가 없지만 지난해 준우승에 그친 아픔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있다. 가족 사랑이 지극한 KCC 민렌드는 처조부 상을 당해 부인과 세 자녀가 모두 출국한 뒤 자신도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10일 짐까지 쌌다가 11일 다시 팀에 합류했다.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을 등질 수 없었던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TG가 2승 1패로 앞선 가운데 12일 전주에서 열리는 4차전은 무엇보다도 정신력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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