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진단]올해 입학정원 13% 8만8034명 못채워

  • 입력 2005년 4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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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잘된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장학금을 더 주겠다’고 유혹해서라도 경쟁 대학 합격자를 빼올 수밖에 없다.”(S대 교수)

“대학 위기를 말로만 떠들었는데 이제 ‘쓰나미’가 닥쳤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D대 교수)

대학의 학생 모집난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경쟁력 없는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살벌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엄청난 규모의 신입생 미충원에다 처음 시행될 대학 정보 공개를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5학년도 신입생 모집전형을 끝낸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율 등 입시정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보고한 상태다.

▼지방大 심각…미달률 81%인 곳도▼

▽미충원 얼마나=전국 202개 4년제 대학과 158개 전문대의 2005학년도 신입생 충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4년제 대학 4만951명, 전문대 4만7083명 등 전체 모집정원의 13.2%에 해당하는 8만8034명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미충원 이월 인원을 포함해 총 66만7094명을 모집했으나 실제 등록한 신입생은 57만9060명에 그친 것이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지역별 미충원 비율은 고교 졸업자 수에 비해 대학 모집정원이 훨씬 많은 호남과 경북지역이 높았다.

전남이 33.3%(5134명)로 가장 높았고 △전북 21.3%(4492명) △광주 20.1%(3797명) △제주 19.0%(661명) △강원 17.1%(3552명) △경북 14.4%(5002명) △충북 13.8%(2834명) △대전 13.5%(2899명) △경남 12.8%(2659명) 등이었다.

반면 서울(1.3%·1102명) 경기(4.6%·1899명) 인천(2.3%·160명) 등 수도권과 대구(2.9%·327명) 부산(5.3%·1930명) 등 대도시의 대학은 미충원율이 1∼5%에 불과했다.

▼교수 해고-명퇴-계약직 전환사태▼

▽교수 해고 사태=경북권과 호남권에서 시작된 학생 미달 사태는 충남 천안권 대학에까지 북상해 최근에는 수도권 대학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충북의 모 전문대는 그동안 충원율이 90%를 넘었으나 올해는 70%대를 기록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서울 강남 일대에 전단까지 뿌리며 추가모집을 실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강원권의 D대는 올해 모집정원 909명 가운데 173명만 채워 충원율이 19%에 불과했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재단의 교비 횡령, 친인척 채용 등 불법행위가 적발돼 관선이사 체제가 되면서 학생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호남권 C대는 “전년도보다 정원을 350여 명 줄여 충원율이 77%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충원율은 67.7%에 그쳤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수능 성적이다 내신이다 이런 것은 모두 배부른 소리이며 무조건 입학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경쟁 학교에 합격했다 우리 학교에 등록하면 장학금 50만 원을 주거나 아예 첫 학기 입학금과 등록금은 면제해 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학생의 ‘몸값’이 크게 올라간 반면 교수 지위는 땅에 떨어져 학교 구성원의 위계 순서가 ‘학생님’→‘직원분’→‘교수×’이란 말까지 돌고 있다.

일부 대학은 학생 모집이 안 되는 학과를 폐지하거나 교수의 전공을 전환하도록 하고 교수를 사실상 해고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D대는 2월 말 직급에 상관없이 교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9명은 명예교수로, 3명은 7년제 계약교수로 전환했다. 명예교수는 잔여기간 중 5년까지는 본봉의 70%, 그 이후는 25%만 받게 된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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