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미달]일부 교수 “월급 100만원도 못받아요”

  • 입력 2005년 4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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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2009년까지 전국 358개 대학 중 87개 대학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청와대 업무보고 때는 국립대 50개를 35개 대학으로 통폐합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의 칼날을 갈고 있는 가운데 몇몇 명문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이 학생 모집난과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그 정도가 서울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북 안동지역의 고교 졸업생 수는 2800여 명이다. 이 지역에는 4년제 국립 안동대와 안동과학대 안동정보대 가톨릭상지대 등 3개 전문대가 있다. 이들 대학의 정원만 줄잡아 6000명이어서 3000명 이상이 부족한 상태다. 외지 학생 비율이 70%가 넘어 대학마다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안동대 김석환(金碩煥) 학생진로지원처장은 “국립대는 사정이 좀 낫지만 사립대는 심각하다”며 “지금까지 대학이 쉬쉬하던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이 공개되면 부진한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의 K대는 지난해보다 360여 명을 줄인 1700여 명을 모집했지만 700여 명밖에 채우지 못해 충원율이 40%대에 머물렀다.

이 학교 관계자는 “150km 떨어진 울산을 포함해 여러 곳에 통학버스 20여 대를 운행하고 1400명 규모의 기숙사를 거의 무료로 제공해도 학생 유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호남으로 가면 더 심해진다. 학생 수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남 동부지역의 경우 청암대(보건계), 순천대(농업계), 여수대(수산계), 순천제일대(공업계) 등 4개 대학의 역할 분담이 비교적 잘 돼 있었으나 한려대 명신대 광주보건대 한영대 등 4개 대학이 새로 생기면서 학생 쟁탈전이 더욱 심해졌다.

학생 모집난 때문에 대학 교육도 덩달아 부실해지고 있다. D대의 교수는 “전에는 2학기부터 고교에 학교 홍보를 나갔지만 1학기 수시모집이 실시되면서 지금은 입시가 끝나자마자 4월부터 ‘외판원 생활’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지인의 소개 및 친분 관계를 이용하거나 장학금 지급 등의 조건을 내걸고 학생들을 유치하기 때문에 학생이 잘못하거나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야단치기 힘들다는 것.

S대의 한 교수는 “학생이 학교에 안 나오면 전화를 걸어 통사정을 하고 시험을 안 봐도 알아서 성적을 주는 식으로 학생을 붙잡아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전북의 한 대학교수는 “대학원 수강생 4명 중 2명씩 번갈아 나오는 바람에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교실 강의를 없애고 수업내용을 학생에게 e메일로 보내는 방식으로 대신했다”고 고백했다.

대학의 어려움은 교수의 신분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대의 경우 폐과가 되면서 사실상 해고 상태인 교수도 있다.

K대는 ‘연구교수’라는 직함만 유지해주고 월급을 주지 않다가 최근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고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한계 대학의 교수들은 사표를 내고 실업자가 되는 것보다 학교에 적(籍)을 두고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해 생계를 잇는 경우도 많다”며 “월급이 100만 원 이하인 학교도 많고 월급 없이 건강보험료만 내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대학의 명예퇴직 교원 수는 2002년 49명, 2003년 66명, 2004년 115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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