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석유 확보 첫발부터 틀렸다

  • 입력 2005년 4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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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할린-6 유전의 개발회사인 페트로사흐를 인수하려다 포기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이 생산되는 석유의 배분 문제를 비롯해 사업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업에 참여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일 “사할린-6 유전은 구상단계에서부터 사할린 주(州)와 인근 지방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전량 내수용 프로젝트였다”고 밝혔다.

철도청이 끝까지 사업에 참여했더라도 생산 물량의 국내 도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것. 철도청은 ‘생산량의 국내 도입’을 사업 참여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철도청은 나중에 러시아 정부의 ‘내수 우선’ 조건을 확인하고서야 인수계약을 해지했다.

모스크바 석유가스대의 한 교수는 “사할린-6이 러시아 내수용이라는 사실은 관련 분야에서는 기본적인 ‘상식’으로 통했으며 한국 측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유리 모토빌로프 페트로사흐 사장도 철도청과의 매각 계약이 이뤄지기 전인 2004년 5월 사할린 지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할린-6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40%는 무조건 사할린 내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사할린-6은 이 지역과 러시아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러시아국영석유공사(로스네프티)가 페트로사흐와 함께 유전 개발권의 절반, 사할린 주정부가 페트로사흐 지분의 5%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 사할린-6은 규모는 작고 사업 추진이 더뎌 로스네프티조차 2002년경 사업 철수를 검토했던 까다로운 개발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성이 없는 철도청이 참여하기는 더더욱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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