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86>欠(하품 흠)

  • 입력 2005년 4월 10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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欠은 갑골문에서 입을 크게 벌린 형상이며, 입에서 나오는 무엇인가를 강조하기 위해 점이 더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欠은 ‘말하기’를 제외한 마시고, 노래하고, 호흡을 가다듬는 등 입과 관련된 수많은 행위를 나타내며, 나아가 欠缺(흠결)처럼 ‘부족함’까지 뜻하기도 한다. 다만 말과 관련된 행위는 주로 口(입 구)나 言(말씀 언)으로 표현된다.

먼저 飮(마실 음) 등은 欠이 먹는 행위의 표상으로 그려진 경우이다. 飮은 원래 술독(酉·유)과 혀를 쭉 내민 입(今·금)과 欠으로 구성되어, 혀를 내밀어 ‘술 마시는 모습’이었는데 이후 食(밥 식)과 欠의 구조로 바뀌었고 뜻도 일반적인 ‘마시기’로 확장되었다. 또 歆(받을 흠)은 제사에서 사용되는 음악(音·음)을 신이 입을 벌리고(欠) 마음껏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歆饗(흠향·받아들이다)’의 뜻이 나왔다. 이처럼 欠은 일상생활에서의 식생활이 아닌, 술이나 음악과 같은 특별한 행위를 표현했다.

둘째, 입을 벌린 欠의 모습에서 부러워함과 아무리 많아도 모자란다는 뜻이 나온 경우이다. 欲(하고자 할 욕)은 입을 크게 벌리고 텅 빈 계곡(谷·곡)처럼 끝없이 바라는 것이 바로 ‘욕심’임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하고자 하다’는 뜻이 나왔다. 이후 慾望(욕망)이나 慾心(욕심)은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心(마음 심)을 더하여 慾(욕심 욕)으로 분화했다. 또 欽(공경할 흠)은 값비싼 청동기물(金·금)을 보면서 침을 흘리며(欠) ‘부러워하는 모습’을 그렸고 다시 欽慕(흠모)의 뜻이 담겼다.

셋째, 노래를 읊조리거나 탄식하거나 기뻐함을 뜻하는 경우로, 欣(기뻐할 흔), 歌(노래 가), 歡(기뻐할 환), 歎(읊을 탄) 등은 모두 입을 벌리고 기뻐하거나 탄식하는 모습을 그렸다.

넷째, 欠은 바람을 불거나 재채기나 기침 등 입을 벌리고 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吹(불 취)는 입으로 바람을 부는 모습을, (애,해)(기침 해)는 입을 벌리고 재채기하는 모습을, 歇(쉴 헐)은 입을 크게 벌리고(曷·갈) 숨을 가다듬으며(欠) 쉬는 것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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