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손효림/학교의 속도, 기업의 속도

  • 입력 2005년 4월 10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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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제부로 옮겨와 기업을 취재해보니 전에 담당하던 학교나 학원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속도’인 것 같아요.

일선 학교에 취재를 가면 일단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듭니다. 마감시간에 쫓기며 허겁지겁 일하다 학교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 기업들은 매우 빠르게 돌아가더군요.

지난달 31일 열린 GS그룹 출범식은 기업의 속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1층 아모리스홀에서 그룹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정확히 오전 10시부터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허창수(許昌秀) GS그룹 회장의 기념사,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의 축사 등이 이어졌습니다. 기념사와 축사 모두 3분을 넘지 않았습니다.

이후 허 회장 등 GS그룹 관계자들은 바로 표지석 제막을 위해 GS타워 앞으로 성큼성큼 이동했어요. 제가 이분들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아모리스홀에서 타워 건물 앞까지 힘껏 달려야했죠.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되는 방송취재진 중 한 명은 급히 뛰어가다 조명등을 떨어뜨리기도 했답니다.

표지석 제막에 이어 GS기 게양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손목시계를 보니 시계바늘은 10시 25분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안내장에는 10시 50분에 행사가 끝나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예정 시간의 딱 절반 만에 모든 행사를 진행한 것이지요.

어찌나 빠르게 돌아가던지 정말이지 ‘순식간’이었습니다. 한 기자는 “LG그룹과 GS그룹 회장께서는 보시다시피 빠른 걸 좋아해서 (직원들이) 꾸물거리다가는 승진하기 힘들 것”이라며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행사를 지켜보면서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숨이 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형식적인 측면은 과감하게 줄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GS그룹이 출범식을 진행했던 속도만큼 빠르게 쑥쑥 커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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