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플래시메모리 효자됐네…1억원어치 팔면 6000만원 남아

  • 입력 2005년 4월 1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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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 60%. 1억 원어치 물건을 팔면 6000만 원이 남는다.’

온라인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대 제조기업인 삼성전자 플래시(Flash)메모리 부서의 올해 1분기(1∼3월) 추정 실적이다.

한 기업이나 사업부서의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곳은 전 세계를 뒤져봐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한국 제조기업의 이익률은 평균 5∼10% 수준이며 10%를 넘어서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의 플래시메모리가 이처럼 놀라운 실적을 낸 것은 뛰어난 기술 선도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시메모리, 수요가 불붙었다=반도체 경기는 작년 2분기(4∼6월)를 정점으로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PC) 경기가 예상처럼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56Mb(메가비트), DDR 400MHz 기준 D램 현물가격은 작년 12월 3.97달러에서 올 3월 2.6달러로 34.5%나 폭락했다.

그러나 플래시메모리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오히려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도체 가격은 떨어진다는 통설을 뒤집어 2Gb(기가비트) 기준 낸드 플래시메모리 가격은 작년 12월 초 17.9달러에서 올 4월 초 18.1달러로 약간 올랐다. 플래시메모리가 사용되는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의 저장용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P3플레이어의 플래시 타입 주력제품은 작년까지만 해도 256MB(메가바이트)였으나 올해는 512MB, 1GB(기가바이트), 2GB 등으로 용량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률 60% 비결은=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액은 4조60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5200억 원(이익률 33%)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야별로 보면 D램 반도체는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이익률이 작년 4분기(10∼12월) 40%에서 30%로 떨어졌으나 플래시메모리는 40%에서 6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창원 연구원은 “플래시메모리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1년에 50%씩 제조원가가 줄어드는데 가격 하락폭이 매우 작았다”며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메모리 시장점유율이 65%로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한 달 전 “PC 시장은 가고 모바일 시장이 다가온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휴대전화를 비롯해 모바일 기기의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대(大)용량의 플래시메모리가 필수품이 되는 추세인데 이 시장을 확실하게 잡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플래시메모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로 많이 사용된다. 데이터 저장 및 지우기 속도가 빠른 낸드(NAND)와 읽기 속도가 빠른 노어(NOR)로 나뉜다. 반면 D램은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임시 저장장치이기 때문에 컴퓨터(PC)에 주로 이용된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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