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원전핵심기술 耐震능력 떨어져

  • 입력 2005년 4월 8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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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한 ‘원자력발전소용 전기관통구설비(EPA) 기술’에 대해 법원이 특허권을 가진 미국 회사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한 한수원은 국산 EPA 기술이 기존 외국산 설비보다 내진(耐震)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데도 최근 착공한 신고리원전 1, 2호기에 이를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EPA 기술은 원자로 내·외부를 연결하는 각종 전력선이 통과하는 밀봉장치로, 원자로 내부를 감시하는 핵심기술이다.

수원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김한용·金翰用)는 미국의 원자로 설비생산회사인 IST코낙스 뉴클리어사가 한수원과 중소기업체 ‘평일’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EPA에 관한 원고의 영업 비밀을 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1월 28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약서상에는 한수원이 원전 사업의 설계 및 건설 운영을 위해 IST사가 제공한 정보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해당 원전이 아닌 다른 발전소에 설치될 EPA를 개발하려는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까지 허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비용 절감과 설계 기술의 자립도 향상을 위해 평일과 함께 8억6700만 원의 연구비를 들여 국산 EPA를 2002년 3월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이전 국내 원전 건설 때 구매한 IST사의 EPA 설계도면을 평일에 제공해 문제가 생긴 것.

재판부에 제출된 내진능력시험 결과에 따르면 국산 EPA는 지진의 충격을 견디는 능력이 IST사 제품에 비해 33∼43%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원전이 세워질 장소의 지진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내진 강도를 설계한 것”이라며 “기술능력이 뒤처져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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