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계의 대표적 지도자인 강원용(88·서울 경동교회 원로), 조용기(69·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목사가 한자리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회개했다.
두 목사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강변교회 목사) 월례 기도회에서 ‘제가 잘못했습니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온 강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계 최대교회로 부흥시킨 조 목사는 1월 기독교방송(CBS)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한국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의 3위와 2위로 꼽힌 바 있다.
김명혁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
▽강 목사의 고백=자신의 대표적 잘못으로 한국 교회의 대립과 분열을 막지 못한 것, 인간만을 구원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점, 국가의 위기를 막지 못한 것을 꼽았다.
강 목사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자기 교파만 옳다고 주장하며 분열과 대립에 빠져 있다”면서 “1962년부터 대화운동을 해 왔는데 기독교 안의 참된 대화와 협력에 힘쓰지 못한 점을 회개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이어 “그동안 교회가 인간만을 선교와 구원의 대상으로 삼아 왔는데 이것은 성서의 참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등으로 죽어가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교회가 무얼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또 “한국은 광복 이후 계속 위기를 겪어왔지만 최근 진짜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회개=조 목사는 사랑을 진실하게 실천하지 못한 것, 이웃에 무관심했던 점, 사회악에 침묵했던 일, 자연훼손을 방관한 점을 잘못으로 고백했다.
조 목사는 “입술로는 사랑을 얘기했지만 이기주의에 빠져 나만 잘 먹고 잘 사는데 열중했다”면서 “테레사 수녀처럼 자기희생과 봉사를 실천한 성인들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끼고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려 노력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음을 고백하고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우리 사회에 불법 편법이 판을 쳐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지만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얘기하지 못한 채 외면하는 비겁함 속에 살았다”면서 “사회 악(惡) 퇴치와 정의를 세우기 위해 남은 인생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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