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신교계 두 원로 참회의 기도…강원용-조용기 목사

  • 입력 2005년 4월 8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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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인 강원용 조용기 목사(앞줄 오른쪽부터)가 8일 서울 강변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 기도회에 참석해 ‘제가 잘못했습니다’를 주제로 잘못을 고백하고 회개했다. 박영대 기자
김창인 강원용 조용기 목사(앞줄 오른쪽부터)가 8일 서울 강변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 기도회에 참석해 ‘제가 잘못했습니다’를 주제로 잘못을 고백하고 회개했다. 박영대 기자

한국 개신교계의 대표적 지도자인 강원용(88·서울 경동교회 원로), 조용기(69·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목사가 한자리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회개했다.

두 목사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강변교회 목사) 월례 기도회에서 ‘제가 잘못했습니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온 강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계 최대교회로 부흥시킨 조 목사는 1월 기독교방송(CBS)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한국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의 3위와 2위로 꼽힌 바 있다.

김명혁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

▽강 목사의 고백=자신의 대표적 잘못으로 한국 교회의 대립과 분열을 막지 못한 것, 인간만을 구원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점, 국가의 위기를 막지 못한 것을 꼽았다.

강 목사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자기 교파만 옳다고 주장하며 분열과 대립에 빠져 있다”면서 “1962년부터 대화운동을 해 왔는데 기독교 안의 참된 대화와 협력에 힘쓰지 못한 점을 회개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이어 “그동안 교회가 인간만을 선교와 구원의 대상으로 삼아 왔는데 이것은 성서의 참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등으로 죽어가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교회가 무얼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또 “한국은 광복 이후 계속 위기를 겪어왔지만 최근 진짜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회개=조 목사는 사랑을 진실하게 실천하지 못한 것, 이웃에 무관심했던 점, 사회악에 침묵했던 일, 자연훼손을 방관한 점을 잘못으로 고백했다.

조 목사는 “입술로는 사랑을 얘기했지만 이기주의에 빠져 나만 잘 먹고 잘 사는데 열중했다”면서 “테레사 수녀처럼 자기희생과 봉사를 실천한 성인들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끼고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려 노력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음을 고백하고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우리 사회에 불법 편법이 판을 쳐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지만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얘기하지 못한 채 외면하는 비겁함 속에 살았다”면서 “사회 악(惡) 퇴치와 정의를 세우기 위해 남은 인생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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