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그는 14년 동안 신병에 시달려 온 아내를 위해 자신의 콩팥 한 개를 이식해 주기로 결심했다. 아내의 병세가 악화된 데다 불어나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아들이 오래전부터 “언제든 엄마를 위해 내 신장을 떼어 주겠다”고 말했지만 군 복무를 앞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검사 결과 다행히 부부간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솔직히 그는 두려웠다. 특히 한 친구로부터 “싱가포르에서 부부간 신장이식 수술을 하다가 남편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에는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초췌해진 남편을 본 아내가 수술을 며칠 앞두고 “내가 좀 더 참아 볼 테니 이식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을 때 내심 흔들렸으나 태연한 척 물리쳤다. 수술 전날에는 아들을 불러 “엄마 아빠가 둘 다 못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의 이식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그가 수술 후 옆 병상의 아내에게 한 말은 “개않나(괜찮으냐)”라는 인사가 고작이었다. 3개월가량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내를 남겨 두고 그는 다음 주 초 일본 직장으로 돌아간다. “이제 이혼당할 일은 없겠다”는 주위의 농담에 그는 “해병대 출신의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가 결혼 30년이 되도록 마누라에게 해준 일은 콩팥 두 개 중 하나를 떼 준 것뿐”이라며 씩 웃었다. 몸 고생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그의 얼굴이 환해 보였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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