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살아남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 입력 2005년 4월 8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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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더글러스 W 모크 지음·정성묵 옮김/366쪽·1만5000원·산해

갓 태어난 갈라파고스 물개 새끼가 어미 곁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평화스러운 정경이지만, 1년 먼저 태어난 형 물개가 갑자기 동생을 물어뜯는다. 이를 말리려는 어미와 형 물개 간에 각축전이 벌어지고, 그 사이에 동생은 죽는다.

뱀상어 알들은 어미 배 속에서 부화된 뒤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서로 잡아먹는다. 마지막 생존자가 어미 몸 밖으로 나올 즈음이면 1m가 넘을 정도로 ‘장성’한다.

이 같은 가족 간 생존투쟁은 과잉 생산과 먹이 부족 등 불안정한 생태환경 때문에 일어난다. 심지어 형제뿐만 아니라 부모가 종족 보전을 위해 선택적으로 새끼를 버리는 경우도 많다.

두 개의 알을 함께 키울 능력이 없는 로열펭귄은 둘째 알을 낳기 24시간 전 첫째 알을 둥지 밖으로 차버린다. 꽃식물들은 상태가 나쁜 가지에 붙은 씨앗이나 열매를 퇴화시킨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기적 형질이 발현된 결과다. 생태계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가족 살해’에 대한 기록이어서인지, 인간의 가족애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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