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집착’…나는 왜 헤어진 애인에게 매달릴까

  • 입력 2005년 4월 8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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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아니 에르노 지음·정혜용 옮김/79쪽·7500원·문학동네

르노도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 작가 에르노가 2002년 발표한 짧은 소설.

한땀 한땀 직조한 듯한 에르노 특유의 응축된 문체는 짧은 분량의 소설임에도 실린 무게가 상당함을 느끼게 한다. 에르노가 이전에 발표한 작품인 ‘단순한 열정’ ‘탐닉’에 이어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투영된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한다.

‘나’는 몇 달 전 헤어진 애인 ‘W’로부터 “이제 다른 여자와 함께 살게 됐으니 아무 때나 휴대전화로 연락해선 안 된다”는 전갈을 받는다. 내가 먼저 싫증이 나서 헤어졌지만 내게는 나도 모를 변화가 찾아온다. “그녀가 누구지? 무슨 일을 하는 여자일까.” 나는 밤새워 인터넷으로 그녀의 신원을 찾아보고, 그녀의 집일 가능성이 있는 곳에 일일이 전화를 한다. 그녀는 이어서 W에게 도리어 매달리기 시작한다.

에르노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방금 결별을 통보한 옛 애인에게 집착하는 ‘나’에게는 에르노가 얼마만큼 투영돼 있을까.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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