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댄스 댄스 댄스 REMIX-타이핑 레슨’

  • 입력 2005년 4월 8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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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REMIX-타이핑 레슨/아라키 스미시 지음/208쪽·7800원·문학사상

“죽은 지 30년 이상 되지 않는 작가의 책에는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아. 다만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 숲’에 나오는 대사다. 그렇다면 하루키는 젊은 작가들이 아직도 창창하게 살아있는 자신의 작품에 존경의 표시인 헌정작(Tribute)을 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책은 하루키의 1988년 작 ‘댄스 댄스 댄스’ 원작을 저자 자신만의 독창적 작법으로 혼합 변형해 재창작한 리믹스(Remix) 버전이다.

양사나이, 유키 등 원작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용이나 분위기 모두 하루키의 작품과 다르다.

저자 자신의 내면세계에 하루키적 요소를 이입시키고 있을 뿐이다.

주인공은 워드프로세서 좌판을 두드려 ‘@@’, ‘sksms djeldp dlTsmsrk(‘나는 어디에 있는가’의 영타)’ 등 혼돈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고 이와 대화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란 인간의 근원적 질문을 찾아간다. 저자에겐 하루키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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