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원 밤10시 이후 교습규제 법적근거 없어”

  • 입력 2005년 4월 8일 0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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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내 과외학원들의 심야 교습을 금지한 서울시 조례가 상위 법률에 근거가 없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7일 나왔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습시간 제한 규정을 마련해 올해 1월 국회에 제출한 학원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학원들의 심야 교습이 이날부터 일단 가능해졌다.

하지만 해당 교육청이 “이번 판결에 대해 곧 항소할 방침이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조례는 유효하다”며 단속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권순일·權純一)는 오후 10시 이후 서울시내 과외학원들의 교습을 금지한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제5조를 지키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은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학원업체 ㈜아이비청산이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서울시 강동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과외학원의 교습시간을 제한한 서울시 조례 5조는 주민의 직업수행 자유를 제한한 것으로 상위법인 학원법에 위임 규정이 없어 무효”라며 “이 조례에 근거한 강동교육청의 시정명령도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동교육청은 “이 조례는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와 건강을 위해 제정된 것인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는 과외학원들이 오후 10시 이후 교습을 하다 적발되면 행정처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1월 국회에 제출한 ‘학원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에서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으며 4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동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학원가에서는 “교육당국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F 학원의 A 원장은 “일부 대형 학원은 오후 10시 이후에도 서울시 경계 바깥에 차려 놓은 분원(分院)에 학생들을 버스로 이동시켜 교습을 하고 있다”며 “학원에 대한 교습시간 제한은 당초 취지와 달리 학원의 편법 영업만 조장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학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위헌 시비가 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이비청산은 지난해 11월 강동교육청의 학원운영 실태 점검 결과 조례 5조에 규정된 학원 교습시간(오전 5시∼오후 10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자 소송을 냈다.

아이비청산은 재판에서 “서울시는 법령의 근거 없이 학원 운영시간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한편 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방과 후 보충수업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그 결과 변태적인 고액 과외가 양산되고 있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층 학생들은 사교육을 제공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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