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영성록’ 공개…80세 되던 2000년 사임 고려했었다

  • 입력 2005년 4월 8일 0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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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제가 이 일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시길 원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80세가 되던 2000년 자리를 물러날 생각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황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영성록(spiritual testament)’을 7일 공개했다.

그는 “이제 시므온의 노래를 불러야 할 시간은 아닌지 자문해야 합니다”고 썼다. “말씀하신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 감게 되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시므온의 노래는 일의 마무리를 의미한다.

“깨어있으라. 주님이 오실 날이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는 성서 한 구절로 시작하는 영성록은 1979년부터 폴란드어로 작성한 15쪽 분량의 기록물. 영적 묵상과 유언 성격의 글이 담겨 있다. 영성록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는 모국인 폴란드 땅에 묻히는 것을 고려했지만, 결국 추기경단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그는 또 “나는 어떠한 재산도 남기지 않았다”며 “내가 죽으면 개인적 노트 모두를 불태워 달라”고 적었다.

영성록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밝히고 있는데 그중 살아 있는 사람은 개인비서와 교황을 1986년 로마의 회당에 초대했던 랍비 단 2명.

그는 또 신의 섭리로 냉전기에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고 적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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