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군사협력 이상기류…자이툰 감축 등 의사소통 삐걱

  • 입력 2005년 4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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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군사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방부는 별 문제가 없다며 불화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군 안팎에선 한미 간 군사채널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자이툰부대 병력 감축=국방부는 7일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부대 병력 가운데 274명을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이툰부대의 주둔지가 합쳐지면서 경계병력이 348명 준 반면 항공수송, 참모요원 등 74명이 증가한 데 따른 조정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일방적으로 자이툰부대 병력을 빼는 것에 대해 지난달 말 미 국방부 관계자가 주미 한국대사관에 항의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 상황에 따른 일정 규모의 병력 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를 현지 다국적군 사령부와 미군 측에도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현지 미군과 미 국방부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뿐 한미 간의 불협화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군 당국 간에 사전 충분한 조율이 이뤄졌더라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방위비 분담금 논란=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대한 주한미군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은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만 섞인 어조로 한국인 근로자 1000명 해고를 포함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사전배치물자(야포와 전차, 탄약 등 전쟁예비물자)의 규모 조정과 주한미군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에 대한 한국군의 이용 제한 방침도 밝혔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8군 사령관이 한미 현안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주한미군의 반발은 ‘돈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한미관계 전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주한미군을 다른 분쟁지역에 투입하는 내용의 전략적 유연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동북아 균형자 역을 천명한 데 대한 경고일 수 있다는 것. 최근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한중 군사협력을 한일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미국의 오해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북 작전계획 둘러싼 이견=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6일 한미 간에 작전계획(OPLAN) 5029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작전계획 5029는 소요나 내란으로 인한 북한의 김정일 정권 붕괴와 대량 난민 발생에 대비한 작전계획이다.

이는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정밀폭격을 상정한 작전계획 5026과 연계돼 있어 한국은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은 공식 작전계획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협의 중인 것은 맞지만 큰 이견이나 불화는 없다”고 말했다. 한미 간의 군사협력이 삐걱거리는 것에 대해 군 내에선 “한미동맹의 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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