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초등생 일기장검사는 인권침해”

  • 입력 2005년 4월 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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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7일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 관행은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 개선 의견을 표명해 일기 검사의 교육적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이 애매한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발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권위 결정=인권위는 이날 “일기를 강제로 쓰게 하고 검사 평가까지 하면 사생활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예상해 자유로운 사적 활동을 방해받을 수 있다”며 “일기 쓰기 교육이 아동 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되도록 지도하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생활의 반성, 삶의 기록 등의 교육 목적을 일기 검사를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글짓기 능력은 작문 등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 관행은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여러분은 ‘일기장 검사’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
반대
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인권위의 검토는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일기장 검사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를 판단해 달라는 질의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어정쩡한 교육부=교육부는 일기 쓰기 교육은 계속하되 검열 수준의 검사는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류영국(柳永國) 학교정책심의관은 “일기 지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 만큼 일기 지도는 계속하겠다”며 ”그러나 반 전체가 일기 쓰기를 의무화하거나 일률적,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은 지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총은 성명을 내고 “일기 쓰기는 문장력 향상이나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담임교사가 자율적인 교육적 판단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인권위가 인권적 측면뿐만 아니라 교육적 측면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엇갈리는 반응=교사와 학부모들은 인권위 결정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 양재초등학교 최태숙(崔太淑) 교감은 “초등 고학년은 일기에 비밀 내용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교사도 안다”며 “일기는 작문 교육뿐 아니라 학생을 이해하고 상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문정초교 5학년 담임 김택신(金澤信) 교사도 “학생들이 공개할 수 있는 내용만을 주 2, 3회 자유롭게 쓰도록 지도한다”며 “일기를 통해 국어수업만으로는 부족한 작문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 3학년생 아들을 둔 류호정(38·여·경기 성남시 미금동) 씨는 “교사가 주 3일 정도 자발적으로 일기를 쓰게 하고 코멘트까지 적어 준다”며 “건성건성 도장만 찍어 주는 교사보다 글쓰기는 물론 생활태도까지 살펴 주는 교사가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잘 쓴 일기를 표창하거나 수행평가 자료로 활용해 학부모가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학부모 김모(38) 씨는 “일부 교사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게 하거나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운영한다”며 “없애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실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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