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이기고 보자” 원칙없는 재선거 공천

  • 입력 2005년 4월 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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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4·30 국회의원 재선거는 말 그대로 ‘다시 치르는 선거’가 될 듯하다. 6곳 중 5곳의 후보가 지난해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낙선했다고 다시 출마하지 말란 법은 없다. 현역 의원 상당수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뒤 재기했다. 많은 중진은 “쉽게 당선되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당 공천심사위원회 측은 “5명이 다시 공천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공천 심사에 참여했던 한 비례대표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5명 후보가 1년 만에 선거에 다시 나서는 터라 각 지역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당에 대한 기여도도 다른 후보군보다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번 공천 결과를 놓고 당 안팎에서 ‘패자부활전’ ‘도돌이표 공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역시 한나라당”이라는 말도 나온다. 비판의 핵심은 “과연 한나라당에 변하려는 의지와 최소한의 정치적 역동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임태희(任太熙) 원내수석부대표는 “공천을 통해 당의 의지를 총체적으로 보여 주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탄핵 정국이라는 비정상적 정치 환경에서 낙선했다지만 ‘그때 그 사람들’을 무대에 다시 올려 이기겠다는 당 지도부의 안일한 생각에 할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는 대부분 이기고 대선에서는 연달아 패배했는데, 그 이유를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고 허탈해 했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놓고서도 잡음이 많다. 특히 행정도시법으로 더욱 공고해진 충청권을 지키기 위해 충남 아산 지역에 자민련을 탈당한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를 공천한 데 대해서는 ‘정략 공천’이란 비판이 무성하다. 역시 자민련을 탈당한 이병령 전 유성구청장을 충남 공주-연기에 전격 공천한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파열음이 일었다.

하지만 여당은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정치적 역동성을 보여줬다. 갈수록 현실에만 안주하려는 듯한 한나라당의 모습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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