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스카일러 파월]독도의 역사는 아시나요?

  • 입력 2005년 4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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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기 전까지 내가 알던 한국은 그저 동아시아 귀퉁이에 있는 작은 나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로의 접근이 쉬워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스컴을 통해 접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내가 한국에 가야겠다고 결심하는 큰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에서도 각종 TV와 신문은 월드컵 공동개최국 한국의 모습을 매우 흥미롭게 소개했다. 열정과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된 한국 국민의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붉은악마’가 되어 “코리아, 코리아”를 외치며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은 유럽이나 남미 못지않은 정열의 국가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한국에 온 지 2년 반. 그동안 월드컵 때 느꼈던 한국인의 단합심이나 애국심은 한국에 온 뒤로 잊고 지냈다. 아마도 그럴 만한 계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또 한번 한국인의 애국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일본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과 영유권 주장으로 한일간 독도 문제가 불거지자 전국적으로 반일 감정이 일시에 끓어오른 것. TV 광고와 드라마는 물론 사이버공간에까지 온통 한국인의 독도사랑 운동이 뜨겁게 펼쳐졌다.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젊은이들이 앞장서 애국심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한국 국민의 모습이 국민 단합의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영어 어학원에서도 지금 독도사랑 캠페인이 한창이다. 나도 5월에는 학원생들과 함께 독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독도가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한국 국민이 이토록 열광적인 관심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내가 가르치는 영어 수업시간에 독도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너도나도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정작 독도의 역사적 배경을 물었을 때에는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섬이기에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실망스러웠다. 애국심에 불타는 모습은 분명 보기 좋지만 혹시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역사는 잘 모르는 채 오로지 애국심만 충천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애국심과 단결력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아마 다른 외국인들의 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주의에 빠진 서구의 젊은이들에 비해 한국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의식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애국심에 더해 언제 어디서든 누가 물어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역사 지식을 함께 갖추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인의 자세가 아닐까.

▼약력▼

1980년 생으로 미국 몬태나와 와이오밍에서 자랐으며 스키 등산 낚시를 즐긴다. 몬태나 주립대에서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했으며, 2002년 11월 한국에 왔다. 현재 YBM어학원 종로 ELS 강사로 일하고 있다.

스카일러 파월 학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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