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동대문 Fashion’ 귀엽거나 반짝이거나

  • 입력 2005년 4월 7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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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로 접어들면서 동대문 패션은 왠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큰 착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패션 메카로서 동대문은 건재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젊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요즘 패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유행에 민감한 아이템을 빠른 시간에 속속 소개하는 동대문 패션이야말로 패스트푸드 같은 민첩함이 있다.

우리는 미국 뉴욕이나 일본 다이칸야마 등의 해외 스타일을 동경하지만, 실은 외국에서는 저렴하고 트렌디한 ‘동대문 패션’을 거꾸로 부러워한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동대문 물건을 사다 달라고 주문하는 멋쟁이 뉴요커들을 여럿 봤다.

○ 동대문 쇼핑에 대한 이해

멋쟁이들이 “동대문으로 옷 사러 간다”고 말할 때, 대개는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을 일컫는다. 이곳에는 이태원에서 볼 수 있는 수출용 보세 옷, 유명 브랜드의 카피 제품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숙녀복 정장이 많아 20대 후반∼40대의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가죽 제품이 많은 광희시장과 덕운시장, 보세 옷이 많은 청평화시장, 중년층 옷이 많은 흥인시장 등도 있지만 빠른 시간에 요즘 유행을 파악하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제일평화시장이다.

단 이들 재래시장은 본래 도매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개 오후 8시쯤부터 다음 날 낮까지만 영업을 한다. 직장인이 퇴근 후 시장을 찾기 편리할 수도 있으나 때로는 개인 소비자가 아닌, 소매상인처럼 행세할 필요도 있다. 도매인 제일평화시장 상인들이 ‘푼돈’인 개인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편 두산타워는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젊고 능력 있는 디자이너들의 숍을 대거 입점시켰다. 이 건물 지하 1층의 디자이너 멀티숍 ‘두체’도 스타일이 더욱 풍성해졌다.

○ 요즘 동대문시장의 패션

패션홍보대행사 ‘비주컴’의 김민정 과장이 퇴근 후부터 밤늦게까지 동대문시장 쇼핑을 동행했다. 우리는 두산타워와 제일평화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요즘 동대문시장의 패션 키워드를 요약하자면 ‘반짝이거나 귀엽거나’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팽글 장식이 티셔츠, 벨트, 볼레로, 목도리, 가방 여기저기에서 빛난다. 가슴 부위에 분홍색과 하늘색 스팽글로 하트 무늬를 만들어 붙인 티셔츠는 청바지와 매치해 입으면 예쁘다.

스팽글을 잔뜩 박은 얇고 긴 목도리가 특히 인기. 이 목도리는 바지 위에 둘러 벨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동대문에 가기 전 백화점에서 비슷한 물건이 1만9000원에 팔리는 것을 봤는데 제일평화시장 ‘정’(02-3398-4020)에서 소매상인 행세를 했더니 4개에 1만 원, 즉 한 개에 5000원씩 팔았다. 은색, 녹색, 하늘색, 분홍색…. 김 과장은 헤어밴드로도 유용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귀엽거나’ 콘셉트를 가장 충실하게 대표하는 트렌드 아이템은 캐릭터 티셔츠이다.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뽀빠이 등 월트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동대문에 넘쳐난다.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시작된 캐릭터 티셔츠의 열풍은 지금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히 ‘돌체 앤드 가바나’가 이들 캐릭터에 비즈를 장식한 디자인을 선보인 이후 동대문에도 스팽글과 비즈를 장식한 ‘빛나는’ 캐릭터들이 부쩍 많아졌다. 1만, 2만 원대. 두산타워의 ‘5플러스’(02-3398-6042)에서 파는, 도널드 덕을 그려 넣은 섹시한 가로줄 무늬 튜브톱 원피스(2만 원)가 참 예뻤다.

○ 최신 유행 감각을 위하여


두산타워의 ‘본 이데’(02-3398-5699)는 올해 유행 경향인 ‘에스닉’ 스타일을 연출하기에 좋은 옷을 판매한다. 아프리카풍의 날염 치마(5만8000원), 예쁜 자수가 놓인 중국풍 면 블라우스(6만8000원), 아프리카풍 나무 뱅글(3만2000원) 등. 요즘 에스닉 스타일은 중국보다는 아프리카 쪽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감각 있다. ‘신데렐라’(02-3398-7426)에서 파는 카우보이 부츠(12만8000원)와 함께 매치하면 좋을 듯.

요즘 동대문의 패션은 해외 브랜드 ‘바네사 브루노’의 스타일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은 듯하다. 저지 천을 사용해 루스한 룩을 만드는 이 스타일은 원피스로 입어도 좋고 청바지 위에 레이어드해 입어도 좋다.

두산타워 1층에 최근 매장을 낸 디자이너 임선옥의 ‘컬러 콘셉트’(02-3443-3935)에는 고급스러운 감촉의 저지 티셔츠를 2만, 3만 원대에 판다. 디자이너 심상보가 운영하는 ‘콤마’(02-3398-6508)에서 김 과장은 흰 바탕에 색색으로 가로줄 무늬가 그려진 풀 스커트를 4만 원에 샀다. 이는 최근 키얼스틴 던스트, 올슨 자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이다.

패션 피플에게 소문난 제일평화시장 ‘2층 74호’에 들렀더니 모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의 여성 과장이 퇴근 후 편안한 옷차림으로 열심히 가격을 흥정하며 옷을 고르고 있다. 진정한 패션 피플은 명품으로 몸을 도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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