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이태원 Fashion’ 할리우드 스타일 그대로

  • 입력 2005년 4월 7일 16시 56분


코멘트
나는 어려서부터 이태원을 드나들었던 ‘이태원 키드’였다.

주말에 아버지 손을 잡고 지금은 없어진 식당 ‘뽀빠이 하우스’에서 양식을 먹고 루이뷔통과 샤넬 로고가 큼지막한 ‘짝퉁’ 가방과 티셔츠를 한 아름 사 오기도 했다.

1990년대 온나라에 해외명품 바람이 불면서 이태원은 ‘짝퉁 시장’으로서 명성을 날리기도 했지만 철마다 단속의 불명예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이태원은 여전히 멋쟁이들만 아는 ‘은밀한 패션의 중심’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스타일을 머릿속에 줄줄이 꿰고 있는 사람에게 이태원의 물건들은 가벼운 주머니로써 큰 만족을 주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것이다.

○ 이태원 쇼핑에 대한 이해

예전처럼 007작전 하듯 비밀리에 짝퉁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해외 브랜드의 가짜 상표를 붙이지 않고 ‘어느 브랜드 스타일’로 팔기 때문에 떳떳하다. 이태원에 오는 진짜 멋쟁이들은 짝퉁과 진짜에 상관없이 그 멋스러운 스타일을 찾는다.

이태원의 옷은 해외 브랜드가 주문제작방식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옷 중 기준 규격이나 품질에 못 미쳐 탈락한 옷, 즉 일명 ‘보세’와 해외 브랜드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브랜드 옷과 똑같은 원단으로 디자인을 비슷하게 만든 옷이 혼재해 있다. 그래서 이태원 옷 중에는 옷의 상표가 칼로 떼어내진 것들이 많다.

이태원로의 좌우에 각종 상점이 죽 늘어서 있지만 패션 피플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이태원로 초입에 있는 ‘이태원 시장’이다. ‘이태원 언더그라운드 마켓’이라는 영문 간판이 함께 붙어 있는 이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일이 집결해 있다.

○ 요즘 이태원 시장의 패션


패션 칼럼니스트 한영아 씨가 이태원 시장 쇼핑을 동행했다. 1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이곳에서 쇼핑한다는 한 씨는 그의 보물 같은 단골 가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미스터 초이 실크’는 한 씨가 20여 년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드나들던 곳으로 인상 좋은 할아버지 사장은 옷을 산더미처럼 아무렇게나 쌓아 두고 판매한다. 그 때문에 고르는 사람의 안목이 있으면 싼 값에 건지는 것이고, 안목이 없으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마크 제이콥스’ 스타일 재킷(1만 원),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스타일 모직 코트(5만 원) 등이 우리의 안테나에 포착됐다.

‘백만불 보세의류’(02-749-4971)에는 최신 유행하는 해외 브랜드 스타일의 옷이 많다. 리본 장식이 달린 ‘모스키노’ 스타일 볼레로, 녹색 바탕에 분홍색 꽃무늬가 시원스럽게 프린트된 ‘D&G’ 스타일 시폰 원피스, 분홍색 ‘까사렐’ 스타일 시폰 원피스…. 상의는 4만 원대, 원피스는 7만 원대이다. ‘피아제’와 ‘다미아니’ 스타일 반지도 1만∼2만 원대에 사서 멋으로 끼고 다닐 수 있다.

요즘 이태원 시장에는 하늘하늘한 시폰 블라우스와 원피스, 짧은 볼레로, 저지 소재 티셔츠 등이 부쩍 많다. ‘젠’(02-795-3909)에서는 형형색색 구두 무늬가 프린트된 ‘블루마린’ 스타일의 검은색 주름 스커트와 가슴에 비즈가 박힌 ‘베르사체’ 스타일의 흰색 면 재킷이 예뻤다. ‘미니 매이씨스’(02-792-8429)의 저지 소재 톱과 티셔츠는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 청바지 위에 겹쳐 입는 스타일 그대로였다.

○ 개성파 감각을 위하여

특히 눈에 띄는 가게는 꼼장어 가죽 가방을 파는 ‘골든 일 스킨숍’(02-795-3097)과 뱀가죽 등으로 수제화를 만들어주는 ‘엘파소’(02-797-7197)였다. 꼼장어 가죽 가방은 4만 원대, 지갑은 2만 원대로 그 고급스러운 느낌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다. 이태원을 찾는 멋쟁이들은 뱀가죽 하이힐이나 카우보이 스타일 롱부츠를 주문하는 일이 잦다.

이태원 시장 지하층에서 밖으로 나오면 연결되는 ‘르 몽드’(02-795-2001)는 발렌시아가, 콜롬보 등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스타일의 가방을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 20만∼30만 원대에 판매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만큼 입소문이 난 집이다.

이태원시장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외환은행 옆 건물에 위치한 ‘더 스카이스’(02-790-0667)에 들르면 각종 공군용 보잉 선글라스와 군복을 구할 수 있어 밀리터리 패션을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밀리터리 패션은 여성스러운 레이스, 시폰과도 의외로 잘 어울리니 참고하시길.

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