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교육감 불법선거, 市교육청은 책임 없나

  • 입력 2005년 4월 6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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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청이 교육위원회에 학교운영위원 명단을 제공하는 관행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사전선거운동 등 혐의로 1일 불구속 입건된 오광록(吳光錄) 대전시교육감이 의정활동 명목으로 넘겨받은 학교운영위원 명단을 선거에 활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대전시교육청은 교육감 선거(지난해 12월 14일)를 앞두고 지난해 6월 3일 학교운영위원 명단을 시 교육위원회에 제공했다. 교육감은 학교운영위원들이 선출하기 때문에 선거인 명부나 다름없다.

당시 교육위원회에는 오 교육감(당시 교육위의장)을 비롯한 3명의 교육위원이 입후보 예상자였다.

이 때문에 출마예정자 가운데 6명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위에 학교운영위원 명단을 제공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항의했었다.

그러나 당시 대전시교육청은 “의정 활동을 위해 매년 관례적으로 교육위원들에게 명단을 제출하고 있으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일축했었다.

충남교육청이 지난해 6월 ‘교육감 선거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며 본청과 시군 교육청에서 학교운영위원 명단을 파악하거나 취합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것과는 대비되는 반응이었다.

대전시선관위도 한 교육감 후보자로부터 관련 질의를 받았지만 “우리 위원회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며 발을 뺐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2000년 5월 중앙선관위는 서울시교육감의 관련 질의에 대해 ‘출마예정자인 교육위원이나 현직 교육감에게 운영위원 명단을 주는 것은 선거에 이용될 우려가 있어 합당치 않다’고 밝힌 바 있었다.

이처럼 대전지역 관련기관들이 뒷짐만 진 결과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번 수사 결과 오 교육감 측이 교육청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학교운영위원을 찬성파 반대파 중립파로 나눈 뒤 찬성파와 중립파들을 대상으로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전시교육청이 불법선거 운동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교육계의 비난에 대해 교육청이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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