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고성 산불]머쓱해진 유홍준청장

  • 입력 2005년 4월 6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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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은 6일 낙산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0억 원을 들여 낙산사를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또 동종이 불에 녹아내린 데 대해 “침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동종을 6개월 안에 복원할 것”이라며 “동종의 문양과 크기에 대한 실측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복원에 어려운 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유 청장은 1993년 펴낸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는 낙산사와 그 안의 문화재들에 대해 혹평을 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동종과 7층석탑(보물 제499호), 홍예문(虹霓門·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3호) 등을 한 묶음으로 언급하며 “전문가들이야 뭐라고 의미 부여 하겠지만, 예사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어떤 조형적 매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고 평했다.

그는 또 “6·25전쟁 때 다시 홀랑 타버린 절이 낙산사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절은 20세기 후반기, 대수롭지 못한 안목으로 치장하고 복원해 놓은 별 볼일 없는 절집일 뿐이다”라고 썼었다.

유 청장은 이날 불에 타버린 원통보전(圓通寶殿)을 에워싸고 있는 담장인 원장(垣墻·도 유형문화재 제34호)을 둘러보면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낙산사는 담만 보면 된다’고 썼는데 담장이 화재에 큰 손실을 입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청장은 한편 5일 열린 산불 관계 장관회의에서 “낙산사의 보물 3종이 모두 무사하다”고 잘못 보고한 경위에 대해 “어제 보물 3종이 모두 안전하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오늘 조사 후 (동종이)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유 청장의 잘못된 보고에 따라 6일 현지에서는 ‘걸려 있던 종은 복제품’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양양=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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