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韓-中학자 美서 ‘고구려史’ 또 격돌

  • 입력 2005년 4월 6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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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하버드대 패컬티 클럽에서 고구려사 관련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해 한중간 마찰이 빚어진 이후 서구권에서 한중 양국 학자들을 초청해 학술회의를 갖기는 처음이다.

한중 양국 외에도 일본 미국 호주 프랑스 학자 등 16명이 참가한 이번 학술회의는 7일까지 계속된다. 북한에도 초청장을 보냈으나 북한 당국이 허가하지 않아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했다고 대회를 주관한 하버드대 한국학 연구소의 마크 바잉턴 박사가 밝혔다.

회의에서 고구려사 귀속문제를 둘러싼 한중간의 열띤 토론이 기대됐으나 참가자들은 학술 심포지엄의 성격에 맞춰 조심스러운 접근 태도를 보였다.

주제발표자인 서길수 교수(서경대)는 “한국측으로선 그동안 외국학자들에게 ‘고구려사는 한국사’라고 새삼스럽게 말할 이유가 없었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이를 밝혀둘 필요가 있어 7명의 학자가 참가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고고학자 3명만 참가했다. 이들은 첫날 문답 때 고구려사 귀속보다는 유적 문제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동북공정에 참여하고 있는 웨이 춘쳉 교수(중국 지린대)는 6일 발표할 ‘중국 내의 고구려 고고학’ 논문에 고구려가 중국 지방정권이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놓고 있다.

그는 종전의 주장대로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킨 뒤 설치한 한사군 가운데 하나인 현도군 땅에서 고구려가 생겨났고 △중국 중원왕조와 고구려 간에 책봉·조공 관계가 있었다는 점 등을 논거로 들고 있다.

서길수 교수는 이에 대해 “고구려 왕조 705년간 중국에는 시대별로 한, 수, 당나라를 포함해 35개 국가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고구려가 중국 어느 나라의 지방정권이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바잉턴 박사는 첫날 주제발표를 통해 “현도군과 고구려에 대해선 한(漢) 왕조가 고구려 지도층의 지배권을 인정한 대신 고구려가 공물과 노역을 바쳤다는 점에서 일종의 조공관계였다”면서 “그러나 고구려는 이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게 되자 무력으로 단절했다”고 지적해 중국측의 논거를 흔드는 견해를 폈다.

캠브리지(미 매사추세츠주)=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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