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고성 산불]불티에 공든 탑 무너진다…문화재 보호 절실

  • 입력 2005년 4월 6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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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 낙산사가 순식간에 불에 타는 충격적 모습을 보고 많은 문화재들을 소장하고 있는 사찰의 방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든 일단 사찰에 불이 나면 ‘절은 물론이고 문화재가 탄다’는 차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2년부터 전국 사찰의 불교문화재 소장 실태를 조사 중인 문화재청과 불교 조계종 문화유산 발굴조사단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조사를 마친 강원 전북 제주 충남 지역의 사찰에서 모두 1만5197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시도 지역 사찰에 대한 조사는 2011년까지 계속된다.

대부분의 산중 사찰들은 소방도로가 미흡해 소방차의 접근이 어려워 초동 진화가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우상호 의원(열린우리당)은 “국보급 사찰 13곳을 분석한 결과, 소방차 진입에 드는 시간이 일반적으로 초기 화재진압 기준인 ‘5분’이내였던 곳이 양산 통도사 대웅전(국보 제290호)과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제52호) 두 곳뿐이었다”며 “나머지는 8∼30분이 걸렸으며, 소방헬기의 접근도 통도사만 5분 이내에 가능하고 다른 곳은 10∼40분씩 소요됐다“고 밝혔다.

낙산사는 산불에 대비해 2년 전 지하에 보존실을 만들어 놓아 이번에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대부분의 사찰들은 소화기나 소화전 등 기본 장비만 갖추고 있으며 이것 역시 낡아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의 종현 스님은 “지난 2월 대대적인 소방훈련을 실시했는데 소화전이 낡고 물탱크 양도 적어 실효가 없었다”며 “이 달에 대규모 소화전 공사를 할 예정인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문화재 대피 시나리오와 인력 장비 지원에 대한 획기적 예산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사찰에는 일반 건축물에 적용되는 소방법과 구분해 문화재의 특성에 맞는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문화재소방법(가칭)’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조계종은 낙산사 재건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낙산사가 총무원에 내야 하는 올해 특별분담금(2억2350만원)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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