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제국]감정적 對日외교, 과연 유효한가

  • 입력 2005년 4월 6일 18시 23분


코멘트
예상대로 5일 일본에서 후소샤 교과서가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함으로써 독도 문제로 파고가 높아진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강력 대처’를 몇 번이고 천명하며 전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다. 필자는 최근 일본을 방문해 정계와 학계 인사를 두루 만나고 돌아왔다. 한마디로 일본의 반응은 ‘한국이 요새 웬 난리냐’는 것이다. 특히 대일 신독트린 발표와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편지 공개 이후, 평소 ‘친한적’인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들조차 혀를 차며 ‘이제 친한하기도 힘들다’는 냉소적인 반응들이다. 일본 내 소위 ‘우리 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일본 극우세력은 마치 물을 만난 듯 한국을 향해 자극적인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일반 국민조차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는 듯하고 그 뜨겁던 한류 붐도 주춤하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최근 한창 논의되고 있는 ‘일본 양심세력과의 연대’ 운운은 그렇게 순탄할 것 같지만은 않다.

과연 지금 우리의 대일정책은 적절하고 유효한 것일까.

먼저 현실적인 측면을 따져보자.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대일 강경책은 그 국내적 ‘통쾌함’과는 달리 일본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는 데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시마네 현은 ‘다케시마’ 조례를 유지하고 있고 문제의 교과서는 보란 듯이 검정을 통과했다.

장래를 생각해도 걱정스럽다. 예를 들면 지난주 김삼훈 주유엔 대사의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발언은 일본이 지금 이를 위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사안임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엄청난 반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만약 상임이사국이 되면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수세에 몰릴 게 뻔하고, 실패하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적개심이 아주 조용하고도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를 압박해 올 것이다.

전략적이지 못한 감정적 외교의 폐해는 국가를 위기에 내몰 수 있다. 우리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니 더욱 그렇다.

가령 교과서 문제나 헌법 9조 개정과 같은 일본의 우경화 현상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논리적 근거를 제거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일본에 안보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것이 바로 일본이 적극적 방위정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논리적 근거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를 약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국이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대북정책으로 미일과 공조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이다.

각계의 한일 교류도 좀 더 전략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는 오래전부터 시마네 현과 자매관계를 맺고 있었다. 만약 경상북도 의원들이 평소에 독도를 염두에 두고 의회 간 교류를 통해 시마네 현 의원들과 깊은 인간적 유대관계를 맺었다면, 그 인맥을 총동원해 이번에 의원 개개인을 설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일 간의 현안은 단시일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외교란 이러한 현안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이 요즘 우리네 대일본 외교는 중앙정부나 정치가나 지방정부나 시민단체나 일반 국민이나 일부 언론이나 모두 똑같이 강경을 부추기는 역할만 하고 있다. 국가의 목표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국익은 하나여야 하지만 이것을 성취하기 위한 외교는 성숙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장제국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