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엄마와 떠나는 200리 길…‘엄마’

  • 입력 2005년 4월 6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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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어머니’ 고두심 주연에, 심금을 울리는 ‘엄마’란 제목에, 막내 딸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200리 길을 걷는 노모의 이야기. 이쯤 되면 관객은 극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을 펑펑 쏟을 준비(혹은 기대)가 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8일 개봉되는 ‘엄마’는 다소 당혹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구성주 감독(1997년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연출)은 애당초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영화의 무게중심은 천신만고 끝에 어머니가 결혼식장에 도착한다는 감동의 ‘이벤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길이 인간과 ‘대화’하면서 어머니와 그 가족들의 삶에 가져다준 따뜻한 변화에 있기 때문이다.

불화를 겪던 큰 아들(손병호)과 둘째 아들(김유석)은 어머니와 함께 길을 걷는 동안 화해하고, 어머니는 비구니가 된 딸을 만나면서 평생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앙금을 쓸어낸다.

문제는 감독이 제대로 울려줄 것인지, 아니면 예술적 성취를 이룰 것인지를 두고 갈팡질팡했다는 데 있다.

허수아비를 흉내 내는 남자와 몽롱한 음악을 연주하는 노인악단을 여정 속에 불쑥 등장시키고 이름모를 들꽃과 정담을 나누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마치 노모의 여정이 천국을 향해 가는 발걸음인 듯 초현실적 냄새를 풍긴다.

그러다 막판에는 결혼식장에 도착한 어머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딸에게 전하는 순간으로 관객의 감정 선을 건드리려 하는, 전통적 ‘눈물의 법칙’에 기댄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어머니의 인생을 넉넉하게 관찰할 건지, 아니면 어머니의 심정으로 돌아가 실컷 아파할 건지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다.

중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엄마’의 야심적 도전은 살만하다. ‘웃기거나 아니면 울리는’ 영화만이 살아남는 ‘화끈한’ 풍토에서 이 영화가 어떤 족적을 남길지 궁금하다. 전체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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