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T부실기업 사례 분석]적자 허덕여도… CEO연봉은 뛴다

  • 입력 2005년 4월 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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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미국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산미나 SCI’는 2001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주주들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2003년에 비해 27%나 줄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유레 솔라 씨의 연봉은 560만 달러(2004년)로 2003년 120만 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뛰었다.

#사례 2: 지난해 미국 제약업체 ‘엘라이 릴리’의 순수익은 2003년에 비해 29%, 주주 수익률은 17% 감소했다. 하지만 시드니 타우렐 CEO의 연봉은 41% 오른 1250만 달러였다.

두 업체만이 아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5일 “기업이 적자에 허덕이더라도 CEO의 연봉은 매년 치솟는 게 유행병처럼 돼 있어 주주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연봉 컨설팅업체 ‘펄 메이어&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179개 미국 대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984만 달러로 2003년에 비해 12% 증가했다. 200개 대기업 이사들의 평균 연봉도 같은 기간 17만6000달러에서 20만 달러로 높아졌다.

문제는 실적이 부실한 기업의 CEO 연봉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것. 올해 초 실적 부진으로 물러난 HP의 칼리 피오리나 전 CEO가 회사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5년 동안 자사주, 스톡옵션 등으로 벌어들인 보수는 무려 1억8800만 달러(약 1880억 원). 연봉의 2.5배에 이르는 2100만 달러의 퇴직수당까지 받았다.

이와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기업 실적과 CEO 연봉을 연계시키려는 노력도 있었다.

1980년대에는 실적에 따라 CEO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줬다. 그랬더니 CEO들이 장기 비전보다 단기 수익에만 치중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1990년대 들어 스톡옵션제를 적극 활용했지만 CEO들은 스톡옵션 행사를 즈음해 주가를 ‘뻥튀기’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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