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재웅]外資도 한국사회에 공헌해야

  • 입력 2005년 4월 5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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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이뤄진 국내 자본시장 개방으로 국내시장의 절반가량을 외국자본 및 외국금융기관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1998년부터 7년 동안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의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에 투자해 거둔 이익이 1322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들은 자본과 기술을 제공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고 경쟁촉진을 비롯해 경영효율성 및 투명성 확보, 지배구조 개선 등에도 힘을 보탠 게 사실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 때문에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에서 외국자본을 경계하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부 외국자본 중에는 단기수익 극대화를 위해 투기를 일삼는 등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못된 메기’도 없지 않다. 단기자본은 이동성이 크고 투기적 성격을 띠어 국내시장을 교란하고 과도한 국부유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자산투기 환투기 등을 목적으로 이동하는 단기자본을 규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물론 외국인투자가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배타적인 국민정서나 편파적인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기업에 대해 외국인투자가보다 불리한 규제나 의무를 추가하는 역차별도 있어선 안 된다. 규제감독을 국제기준에 맞추고 국내기업과 외국인투자가 간에 규제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부 외국 언론은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에 대해 보호주의로 선회하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한다. 주식을 많이 샀을 때 투자목적을 밝히도록 한 ‘5% 룰’을 비판하는 게 대표적이다. 5% 룰은 국적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될 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되는 미국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금융감독원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외국인투자가도 정당한 국내법규는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

다국적기업에 의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 투자가들은 흔히 장기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한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라도 외국자본에 대한 배타적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현지화 노력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금융시장은 점차 외국은행의 소유와 지배가 강화되고 있다. 이들이 국내 금융선진화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으나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사회적 기여도도 비례해 커지는 게 옳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국에서 영업할 때에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미국 은행이 한국에 와서는 사회적 책임을 모른 체하는 건 잘못이다. 강화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수익극대화만 추구하면서 소득계층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금융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악화시키는 것도 문제다. 금융기관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공적 지원과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참여자는 누구든 스스로 시장 질서를 건전하게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해서도 유리하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자본도 국내기업과 함께 한국사회에 적극 공헌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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