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업계 “이대론 안된다”…강도높은 구조조정

  • 입력 2005년 4월 5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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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자동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이 대규모 감원 등 생존을 위한 ‘고육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텃밭인 북미(北美) 시장까지 급속히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조치 없이는 생존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북미 지역 영업을 챙기겠다고 나섰고 미국 업계 2위 포드는 감원 계획을 밝혔다.

▽‘1000명 감원설’로 술렁이는 포드=AFP통신은 포드 미국법인이 조만간 1000여 명 규모의 ‘화이트칼라(사무직)’ 직원을 감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포드 미국법인의 그레그 스미스 사장은 최근 포드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서한에서 “포드는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자동차업계의 경쟁 가속, 포드의 판매 부진, 생산비용 상승 등을 지적했다.


스미스 사장은 이어 “최근 포드 및 계열 브랜드인 링컨, 머큐리 등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과감한 비용 감축에 나서야 한다”며 “한 달 안에 마케팅 비용 절감, 관리비 절감 계획 등과 함께 감원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감원폭은 확정하지 않았으나 대략 1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할부금융회사인 ‘포드 크레디트’ 등을 포함해 미국에서 약 4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포드는 1990년에 미국 전체 시장의 23.9%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점유율이 18.3%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와 일본 도요타 혼다 등의 약진으로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GM 회장 “내가 직접 영업하겠다”=GM은 4일 밥 루츠 부회장이 맡았던 북미지역 영업을 CEO인 릭 왜거너 회장이 직접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왜거너 회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미 지역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도전을 보면서 매일 GM 북미본부의 영업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면서 “커뮤니케이션 단계와 정책 결정 과정을 압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 번햄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힐리 씨는 “GM이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지금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틀림없이 GM의 이사회가 왜거너 회장에게 북미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라는 압력을 넣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GM은 최근 실적악화로 회사채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로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산 매각과 구조 조정 등 자구책을 강구해 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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