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맛보기 공연 보세요”…국내 첫 ‘뮤지컬 쇼케이스’

  • 입력 2005년 4월 5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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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뮤지컬 쇼케이스`에 참가한 `컨츄리 보이 스캣` 팀.  -김미옥 기자
국내 첫 `뮤지컬 쇼케이스`에 참가한 `컨츄리 보이 스캣` 팀. -김미옥 기자
4일 오후 7시. 국내 첫 ‘뮤지컬 쇼케이스’가 서울 대학로 신시뮤지컬 씨어터에서 열렸다.

‘뮤지컬 쇼케이스’는 투자자와 제작자를 찾기 위한 일종의 ‘맛보기’ 공연. 극작가와 작곡가가 팀을 이룬 뒤 자신들이 만든 3∼5곡의 노래와 핵심내용을 15분 안팎의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보여주고, 투자자와 제작자는 이 중 가능성 있는 작품의 제작 여부를 결정하는 것. 이번 행사는 CJ엔터테인먼트, LG아트센터, 킥뮤지컬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공연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꿈은 이루어진다

이날 행사에는 5개 팀이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뮤지컬 쇼케이스’ 공모에 참여한 70개 팀 중 4개월간의 워크숍을 거쳐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팀.

이들은 뮤지컬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부터 무대미술을 하다가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극작가로 ‘전업’하려는 극장 스태프, 뮤지컬 배우, 방송작가 등 현업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나이는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반. 주최 측은 각 팀에 연기를 할 뮤지컬 배우들을 붙여줬고, 조명 음향 의상 등도 지원했다. 좋은 음악과 대본만 있으면 이처럼 극장 대관이나 배우 섭외, 스태프 구성에 대한 걱정 없이 누구나 ‘뮤지컬 시장’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쇼 케이스의 장점이다.

7인조 밴드의 음악에 맞춰 작품이 하나씩 소개되자 관계자들은 눈을 감고 멜로디를 듣거나 메모를 하며 이들의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봤다.

한 팀은 짧은 공연을 마친 뒤 “어떤 재미난 이야기가 더 펼쳐질지 궁금하시죠? 그럼, 투자하세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참가작 중 2편은 대극장용, 3편은 중소극장용 뮤지컬이었다. 중국 황제의 도자기에 얽힌 비밀과 복수를 그린 작품(‘여사랑’)부터 저승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뮤지컬(‘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까지 소재도 다양했다.

2시간여에 걸친 쇼케이스가 끝난 뒤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참신하고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을 들은 팀은 ‘컨츄리보이 스캣’. 라이브 콘서트 형식을 가미한 음악이 돋보인 소극장 용 뮤지컬이다. ‘난타’ 등에 출연한 배우와 KBS 일일드라마 ‘금쪽같은 내 새끼’의 주제가를 불렀던 가수 등으로 구성된 멤버들의 이력이 관심을 끌었다.

‘컨츄리보이 스캣’의 연출과 극작, 배우를 맡은 홍상진(28) 씨는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꿈 이루기에 나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숨은 보석을 캐내라

1억 원의 쇼케이스 행사 비용을 전담한 CJ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참가작에 대한 투자 및 제작에 우선 결정권을 갖고 3개월 내에 작품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박명성 한국공연프로듀서연합회장은 “이런 쇼케이스를 통해 3년에 한 작품만 건져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작품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와 작곡가의 발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뮤지컬시장이 커지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전문 인력의 부족. 특히 허술한 대본과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없는 음악은 그동안 창작뮤지컬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 왔다.

CJ엔터테인먼트의 공연 투자 담당 김병석 부장은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이 같은 쇼케이스가 정례화돼 있어 ‘애비뉴 Q’ 등 수많은 히트 뮤지컬들의 산실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매년 뮤지컬 쇼케이스를 열어 창작뮤지컬의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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