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84>曰(가로 왈)

  • 입력 2005년 4월 5일 17시 41분


코멘트
曰은 입(口·구)에 가로획을 더하여 입에서 ‘말’이 나오는 모습을 그렸다. 曷(어찌 갈)은 입을 쩍 벌린 모습에서 큰 소리로 ‘요구하다’의 뜻이 나왔다.

하지만 曰부수에 귀속된 나머지 글자들은 대부분 ‘말하다’는 뜻과는 관계없이, 예서로 들면서 자형이 잘못 변한 글자들이다.

첫째, 그릇이나 용기를 그렸던 것이 曰로 변한 글자로, 書(글 서), 曾(일찍 증), 會(모일 회) 등이 있다. 書는 붓(聿·률)과 그릇을 그려 그릇에 담긴 먹을 찍어 ‘글’을 쓰는 모습을, 替(없앨 체)는 용기에 담긴 목 잘린 돼지를 그려 희생물로 쓰고 난 후 ‘폐기’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또 曾(일찍 증)은 김이 솟아나는 시루를 그렸는데, 시루는 그릇을 포개 놓은 것이 특징임으로 해서 ‘중첩되다’ 등의 뜻이 나왔고, 다시 瓦(기와 와)를 더한 甑(시루 증)으로 분화했다. 曾으로 이루어진 增(불을 증), 憎(미워할 증), 贈(보낼 증), 繒(비단 증) 등에도 모두 ‘쌓이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會(모일 회)의 저장 통과 내용물과 덮개를 갖춘 ‘창고’를 형상화했다. 창고는 온갖 곡식을 한데 ‘모아두는’ 곳이며, 훌륭한 사람들을 두루 모으는 것이 동양사회의 능력이었기에 ‘…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나왔다.

둘째, 모자나 굽은 모습이 曰로 잘못 변한 경우이다. 最(가장 최)는 머리의 상징인 모자(c)를 빼앗음(取·취)에서 ‘최고’의 軍功(군공)을 세우다는 뜻이 나왔다. 또 曲(굽을 곡)은 대나 버드나무로 엮은 광주리의 측면을 그려 ‘굽음’을 나타냈다.

한편 曼(끌 만)은 갑골문에서 아래위의 두 손으로 잠이 와 견딜 수 없는 눈(目·목)을 벌리는 모습으로부터 ‘늘어뜨리다’, ‘끌다’의 뜻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위의 손이 모자(c·모)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그래서 慢(게으를 만)은 마음(心·심)이 늘어짐을, 漫(질펀할 만)은 물(水·수)이 넘쳐 퍼져 흐름을, 만(막 막)은 베(巾·건)를 늘어뜨린 수레의 ‘막’을, 만(흙손 만)은 흙(土·토)을 넓게 퍼지도록 하는 미장 도구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