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한라산 노루,민가로 내려온 까닭은?

  • 입력 2005년 4월 5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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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 내 노루 숫자는 2001년 1500마리에서 2003년 900마리로 감소했다. 6일 방영되는 KBS 1 ‘환경스페셜’은 노루가 한라산을 떠나는 이유를 추적했다. 사진 제공 KBS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 내 노루 숫자는 2001년 1500마리에서 2003년 900마리로 감소했다. 6일 방영되는 KBS 1 ‘환경스페셜’은 노루가 한라산을 떠나는 이유를 추적했다. 사진 제공 KBS
1980년대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던 제주도 한라산 노루가 1990년대 말 이후 민가 인근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노루의 숫자가 지나치게 늘어난 결과라며 인위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6일 방영되는 KBS 1 ‘환경스페셜’(밤 10시)의 ‘한라산 노루-길을 잃다’ 편은 노루가 한라산 국립공원에서 벗어나 제주 전역으로 퍼지는 실태와 이유를 진단한다.

‘환경스페셜’ 제작진은 노루가 제주도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숫자 증가 때문이 아니라 한라산 국립공원 내 노루의 서식환경이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취재 결과를 밝힌다.

우선 대나무 과의 일종인 조릿대가 국립공원 내에 급속히 번지면서 노루 먹이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조릿대는 아카시아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노루가 좋아하는 식물을 고사시키며 확산돼 식물 생태계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원래 조릿대는 소, 말이 즐겨먹던 먹이인데 1980년대 한라산 보호를 이유로 소, 말의 한라산 방목을 금지하면서 늘기 시작한 것.

또 최근 5년간 겨울철 한라산에 50∼100cm의 폭설이 자주 내려 노루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민가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노루는 주로 목장 골프장 공동묘지 등에 서식하지만 최근 펜션 개발, 도로 개설로 갈수록 노루가 살 만한 곳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노루는 밀렵 등으로 수난을 당한다. 최근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밀렵으로 매년 200∼300마리의 노루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밀렵된 노루는 마리 당 100만 원 선에 팔린다. 도로를 가로질러 가다가 차에 치여 숨지는 노루도 매년 200마리 이상이다.

제주시는 농작물 피해도 줄이고 노루를 관광자원으로 삼기 위해 노루 200마리를 가둬 반(半) 자연상태에서 기르는 노루 생태 관찰원을 조성하고 있다. 1999년부터 약 50억 원을 들여 추진해온 공사는 현재 마무리 상태.

그러나 전문가들은 “야생성이 다른 동물보다 강한 노루가 인공사료를 먹으면 설사병 등 에 걸리기 쉽고 잦은 탈출 시도로 다칠 우려도 높다”며 비관적 견해를 보인다.

김영철 PD는 “우선 제주 전역에 서식하는 노루 숫자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노루를 특정 지역에 가두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노루의 공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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