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법 헌법소원 제기…위헌 공방 휩싸이나

  • 입력 2005년 4월 5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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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 등으로 인간 배아(胚芽) 이용을 허용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생명윤리법)'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입법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던 이 법이 이번에는 위헌 공방에 휩싸일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국내 법학교수, 윤리학자, 의사, 대학생 등 13명(배아 '2명' 포함)은 올해 시행된 생명윤리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고 5일 밝혔다.

청구인단에는 남모, 김모 씨 부부와 이들에게서 채취된 정자와 난자가 인공수정돼 생성된 배아 '2명'도 포함돼 있다. 배아의 이름은 '배아일' '배아이'로 표기됐다.

청구인들은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인간'의 범위는 수정됐을 때부터 시작된다"며 "그럼에도 이 법은 인간배아를 단순히 세포군으로 정의함으로써 생명공학 연구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법은 잔여배아 연구 범위를 대통령령 등에 백지위임함으로써 사실상 제한 없이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배아의 생명권 등에 대한 침해 행위가 법적인 면죄부까지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청구인단은 "이 법은 인간의 성장과정을 수정-배아-태아-출생 단계로 구분할 이유가 없음에도 동일한 배아 단계의 존재를 차별화해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이는 배아가 갖고 있는 헌법상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 뿐 아니라 평등권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불임 때문에 부득이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부모도 남은 배아를 연구 목적 이용을 거부할 수 없게 해 이유 없이 차별을 받게 한다"며 "이로 인해 불임 사실과 인공수태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연구기관 등에 노출돼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명공학계는 배아 연구는 난치병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배아 연구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교수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학자로서의 본분인 연구와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만 묵묵히 전념할 뿐"이라며 "세상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위헌 여부는 법률 전문가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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