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일관계 최악의 국면"

  • 입력 2005년 4월 5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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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십수년 사이에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나빴던 적은 없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재의 양국 관계는 '최악'"이라며 독도 영유권 분쟁과 교과서 문제,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등 3건의 현안이 맞물려 사태가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지난주 한국 정부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공식 표명하자 낙담과 함께 한국을 탓하는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의 안보리 진출에 반대하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아무리 분석해 봐도 우리로서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영토 문제가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인상이 짙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양국간 갈등이 교과서 검정을 끝으로 일단락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한국 측의 반응을 지켜본 뒤 그 수위에 따라 다음 대응 수순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도쿄(東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교과서 검정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독도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일본 측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과서 검정 내용에 좀더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 측은 검정 작업에 정부가 일일이 개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4년 전보다 나빠지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7일 파키스칸에서 열리는 아시아협력대화(ACD) 외상회담에서 이뤄지는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양국 관계의 향배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한일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이 국회 일정상 출국이 곤란한 상황에서 회담 참석을 뒤늦게 결정한 것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

일본 언론들은 5일 마치무라 외상이 이번 회담에서 한국 측에 냉정한 대응을 거듭 촉구하면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직접 (한국 측의) 얘기를 듣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올해 예정된 양국의 각종 교류사업과 정상 외교 등을 어떻게 벌여나갈 것인지 전향적인 대화를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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