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만에 받아든 수료증… 백발노병 눈가엔 이슬이…

  • 입력 2005년 4월 5일 04시 15분


코멘트
4일 경남 진해시 해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서 55년 만에 부사관 양성과정 수료증을 받은 박광수(74) 병장 등 16명의 노병들. 1949년 12월 6개월 과정의 항해학교에 입교한 이들은 수료식을 앞두고 6·25전쟁이 터지면서 뿔뿔이 흩어졌다가 최근 생존해 있는 20여 명이 동기회를 만들었다. 사진 제공 해군
4일 경남 진해시 해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서 55년 만에 부사관 양성과정 수료증을 받은 박광수(74) 병장 등 16명의 노병들. 1949년 12월 6개월 과정의 항해학교에 입교한 이들은 수료식을 앞두고 6·25전쟁이 터지면서 뿔뿔이 흩어졌다가 최근 생존해 있는 20여 명이 동기회를 만들었다. 사진 제공 해군


“위 사람은 소정의 교육과정을 수료하였으므로 이에 증서를 수여합니다.”

4일 ‘해군항해학교 제5기생 수료식’이 열린 경남 진해시 해군교육사령부 연병장. 군악대 연주 속에 최기주(崔棋主) 해군교육사령관 직무대리로부터 55년 만에 수료증을 받아든 박광수(朴光洙·74) 병장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전투복과 전투모 차림의 조용철(趙鏞哲·75) 병장, 김광기(金光基·75) 병장, 동석영(董錫榮·74·미국 거주) 병장 등 16명의 노병(老兵)도 모두 감격 어린 표정이었다.

백발이 성성했지만 “필승” 구호와 함께 붙이는 거수경례에는 절도가 있었다.

연병장에 도열한 300여 명의 후배 장병은 힘찬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최 사령관 직대는 “선배들의 군인정신을 본받아 훌륭한 해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1949년 12월 24일 일등수병(병장)으로 6개월 과정의 부사관 양성과정인 항해학교에 입교한 5기생은 93명. 수료식은 이듬해 7월 초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이 터지면서 뿔뿔이 흩어져 전쟁터로 나갔고 수료식은 무산됐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사업을 하는 박광수 씨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동기들을 수소문했다. 20여 명의 생존자를 확인한 뒤 동기회를 만들었다. 20년간 복무하며 무공훈장을 3개나 받은 조용철 씨는 총무를 맡았다. 이들의 생전 소망은 ‘명예수료식’과 동기생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본보 2004년 6월 5일자 A31면 참조

수료식이 성사되도록 도와준 백석기(白錫基) 전 해군사관학교장과 항해학교 교무과장을 지낸 유관식(劉寬植) 예비역 준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박광수 동기회장은 “55년의 세월을 넘기고 수료증을 받게 되니 감개무량하다”며 “당시의 혹독한 훈련과정도 이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료식에 이어 잠수함 및 함정을 견학하고 해군작전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도 방문했다.

진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