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田주도 허문석씨 정권실세와 친분”

  • 입력 2005년 4월 5일 0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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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 투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실세들과 밀접한 친분을 유지해온 허문석(71·지질학 박사)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가 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 씨가 유전투자에 뛰어든 경위=자원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허 씨는 지난해 6월 부동산 투자회사 하이앤드 대표 전대월(全大月·43)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 씨가 동향 출신이자 중학교 동창인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에게 사할린 유전사업에 참여할 투자자를 구해달라고 하자 이 의원이 허 씨를 소개시켜 준 것.

지난주 감사원의 요청에 의해 출국금지된 전 씨는 4일 본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6월 이 의원실을 찾아가 유전사업과 관련한 협조를 부탁하자 이 의원이 허 박사를 소개시켜 줬으며, 이후 허 박사가 이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KCO에 참여했던 민간사업자와 철도청 관계자들도 허 씨가 러시아 유전투자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고 말한다.

허 씨는 지난해 8월 철도청 산하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이 민간 사업자와 합작해 KCO를 설립할 당시 지분 5%를 갖고 이사로 참여했으며 같은 해 9월 대표에 취임했다.

지난해 6월 전 씨에게 사업을 제안했던 에너지 거래회사 쿡에너지 권광진(52) 대표도 “허 씨가 사업전망이 밝다는 투자보고서를 써내 철도청이 사업에 관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씨의 고교 동문 A 씨는 “사할린 유전 외에도 철도청이 참여하려고 했던 인도네시아 철광석 사업이나 북한의 골재채취 사업도 허 박사가 관여했던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철도청 관계자도 “러시아 유전의 사업타당성을 실사 중이던 지난해 10월 허 씨가 서울 중구 철도청 사무실에 들러 ‘투자전망이 밝다’고 조언해 사업을 계속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광재-이기명-허문석 씨의 관계=허 씨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李基明·69) 씨 및 이 의원 등과 상당한 친분을 맺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허 씨는 이기명 씨와 서울 H고교 동기이며, 2001년 ‘노무현 캠프’가 있던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에서 이 씨의 소개로 이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현재 이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허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이 의원이 기획실장을 지냈던 노 대통령의 대선캠프 자치경영연구소에서 ‘인도네시아 대통령 경제고문’이라는 직함으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허 씨의 고교 동문 B 씨는 “허 씨와 이 씨는 절친했다”며 “허 씨가 러시아 유전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은 별로 친하지 않은 동문회 멤버들까지 알 정도였다”고 말했다. 허 씨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평화문제연구소 관계자도 “허 씨는 국내에 들어올 때마다 이 씨를 만났다”고 밝혔다.

한편 하이앤드 대표 전 씨는 자신과 이 의원의 관계에 대해 “2004년 4월경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동문체육대회에서 처음 만났으며, 같은 해 10월 강원 출신 모임 때도 잠깐 얼굴을 봤다”며 “그러나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원래부터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4일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전 씨에게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업가(허 씨)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만나보라고 했을 뿐”이라며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알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기명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허 씨는 누구인가=고교 동문들에 따르면 허 씨는 경남 김해 출생으로 연세대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뒤 교수를 지냈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친)과 연관된 석유회사 텍사코에서 근무했으며, 인도네시아의 한 석유회사 탐사실 부사장으로 들어갔다가 마두라 유전개발에 참여했다는 것.

고교 동문 A 씨와 평화문제연구소 측은 “양빈(楊斌) 전 신의주특구 장관이 물러난 직후 북한 측이 허 씨에게 신의주특구 장관직을 제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 측에서 허 씨가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전 재산을 신의주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본보는 허 씨와 인터뷰하기 위해 수일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으며, 허 씨의 부인은 “남편이 2일 오전 사업차 중국으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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