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서거]8일 장례식…베드로성당에 묻힌다

  • 입력 2005년 4월 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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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파파”… 시신 운구4일 오후 5시경(한국 시간 5일 0시경) 바티칸 교황청사 내 클레멘티나 홀에 안치돼 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이 성 베드로 성당으로 옮겨졌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운구 현장을 지켜보던 여성 신도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슬퍼하고 있다. 이날 광장에는 수만 명의 추모객이 모였다. 바티칸시티=연합
“아듀 파파”… 시신 운구
4일 오후 5시경(한국 시간 5일 0시경) 바티칸 교황청사 내 클레멘티나 홀에 안치돼 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이 성 베드로 성당으로 옮겨졌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운구 현장을 지켜보던 여성 신도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슬퍼하고 있다. 이날 광장에는 수만 명의 추모객이 모였다. 바티칸시티=연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일자가 8일 오전으로 결정됐다. 전 세계 가톨릭 추기경들은 4일 바티칸에서 첫 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또 교황 서거 사흘째(현지 시간 기준)인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장례식 참석 계획을 밝히는 등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인종, 사상을 초월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영결미사=영결미사(장례식)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성(聖省) 수장인 독일 출신 요제프 라칭거(77) 추기경의 집전 아래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교황청은 4일 역대 교황처럼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이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안치되며 유언은 남기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이날 오후 5시 방부 처리된 시신이 성 베드로 성당으로 옮겨져 목요일까지 3일간 일반에 공개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장례식에 부시 대통령 등 200여 명의 각국 지도자와 최대 200만 명의 신도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이미 로마 시내 대부분 호텔의 예약이 완료됐으며 로마 시당국은 참배객을 위해 올림픽 주경기장 등 스포츠 경기장과 철도역 등을 개방해 ‘텐트촌’을 조성하기로 했다.

▽성자(聖者) 반열에 오를까=요한 바오로 2세가 가톨릭 최고 단계인 성자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랜 시간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성자가 될 가능성이 역대 어느 교황보다 높다는 것.

교황청 국무장관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교황 서거 다음날 열린 야외 미사에서 “교황이 ‘성자들의 평온’ 속에 잠들었다”고 말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20년 가까이 바티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패트릭 아그뉴 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강력한 성자 후보자이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서기 1000년 이래 성자에 오른 교황은 레오 9세, 그레고리우스 7세, 켈레스티누스 5세, 비오 5세, 비오 10세 등 5명에 불과하다.

가톨릭은 한 가지 기적이 그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확인돼야 복자(福者)로 시복(諡福)하고, 여기에 또 하나의 기적이 더해지면 성자로 시성(諡聖)한다. 통상 이 과정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돼 교황 서거 며칠 만에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애도의 물결=이날도 지구촌 곳곳에서 추모 행렬이 계속됐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교황의 서거에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했다.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교황이 자신과 함께 공산주의와 맞서 싸웠다고 추모했다.

사회주의 국가 중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까지 나서서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등 추모의 정을 표시한 반면 중국은 교황청의 대만 인정에 대한 불만을 담은 듯 다소 의례적인 애도에 그쳐 대비를 이뤘다.

▽각국 정상들, 장례식 참석=교황의 장례식에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직접 참석한다.

미 백악관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도 참석 계획을 밝히면서 자신을 포함한 공식조문단 5명이 5일 오후 로마로 떠난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교황 장례식에 직접 조문할 예정이며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 오토 실리 내무장관도 장례식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고 독일 정부 부대변인이 밝혔다.

▽측근이 전하는 요한 바오로 2세=교황의 한 고등학교 친구는 “우리들은 고교 시절 요한 바오로 2세가 무대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모두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의 리처드 버턴 같은 유명한 배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헤럴드는 4일자에서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그의 어린 시절 친구 아리안 라티세프(80·여) 씨의 말을 인용해 “나중에 교황이 된 카롤 보이티와를 고등학교 연극서클에서 처음 만나 이같이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편 교황의 장례식이 8일로 결정됨에 따라 같은 날로 예정됐던 영국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파커 볼스의 결혼식을 9일로 연기했다고 찰스 왕세자 측이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찰스 왕세자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바티칸시티=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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