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4년 비틀스 美 빌보드차트 석권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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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사상 이런 ‘싹쓸이’는 지금까지 전무후무하다. 1964년 4월 4일 대중음악 인기순위를 집계하는 미국 빌보드차트의 1∼5위는 모두 영국 그룹 ‘비틀스’의 노래로 채워졌다. 미국의 어느 톱 가수도 넘보지 못한 기록이다.

영국의 더벅머리 청년들이 대서양 건너 미국 젊은이들까지 사로잡은,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전주곡이었다.

1964년은 비틀스가 미국을 평정하고 세계를 정복한 원년이다. 그해 2월 7일 비틀스가 첫 미국 공연에 나섰을 때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는 3000여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비틀스는 자기들 때문인 줄도 모르고 ‘우리 비행기에 유명인사가 탔나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이틀 뒤 이들이 출연한 TV의 ‘에드 설리번 쇼’의 높았던 시청률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비틀스는 어떻게 그 짧은 기간에 미국에서 ‘집단 히스테리’라 불릴 정도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이들의 노래와 시대상황이 몸을 섞어 빚어진 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당시 기성세대는 젊은이를 대변하던 로큰롤을 ‘쓰레기 같은 음악’이라며 못마땅해 했다. 1960년엔 음반 제작자가 디스크자키에게 돈을 주던 관행이 문제가 돼 하원 청문회가 열렸고, 이를 계기로 로큰롤은 된서리를 맞았다. 때마침 로큰롤의 거장들도 잇따른 은퇴와 사망으로 자취를 감췄고 이들이 사라진 곳에는 주류 사회에 맞게 순화된 스탠더드팝이 들어섰다.

하지만 억눌린 열기는 반드시 폭발하는 법. 당시 미국은 흑인들의 인종차별 철폐운동과 1963년 말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어수선했고, 포크송 가수 밥 딜런이 저항가요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였다. 들끓는 열망을 달래지 못하던 젊은이들은 로큰롤과 청년 정신으로 무장한 비틀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직도 지구상에서는 이들의 음악이 2, 3초 간격으로 흘러나온다. 비틀스의 음반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1억 장 이상 팔렸다. 이 같은 일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1964년 4월 4일,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비틀스의 노래 제목이 답이 될 것이다. ‘사랑은 살 수 없다(Can't buy me love).’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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