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희망이다]<上>우리 꽃-나무 사랑 외길 2人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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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생명이 숨 쉬는 삶의 터전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과 기름진 흙은 숲에서 얻어지고, 온 생명의 활력도 건강하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숲에서 비롯된다. 꿈과 미래가 있는 민족만이 숲을 지키고 가꾼다….”(산림헌장 중에서) 올해는 식목일이 제정된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숲에는 우리의 미래와 희망이 있다. 동아일보는 산림청, LG상록재단과의 공동 캠페인으로 나무를 통해 희망을 가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숲을 위협하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 문제의 심각성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나무에 대한 사랑으로 한평생 외길을 걸어 온 사람들. 그들의 삶에선 언제나 풋풋하고 싱그러운 나무 향내가 가득 배어나온다.

전북 임실군의 ‘나무 할아버지’ 김한태(金漢泰·84·전북 임실군) 옹이 맞는 식목일의 감회는 남다르다.

“나무가 아프면 몸 뼛속 깊이까지 쑤셔오곤 한다”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닐 만큼 그의 삶은 나무와 숲이 전부였기 때문.

고향인 임실에서 10여 년 동안 경찰관 생활을 하던 그는 1962년 제복을 벗고 일본으로 가 조림기술을 배웠다.


“헐벗은 산을 가꿔야 한다는 거창한 사명감은 아니었어. 그저 먹고살 일을 생각하다 보니….”

1년 후 일본에서 돌아온 김 옹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임실군 지사면 성수산 자락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제대로만 키우면 돈도 벌고 숲도 푸르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매달렸어. 잣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돈이 될 만한 나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서 구해왔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365일 내내 나무와 살았다. 겨울철에는 방한 짚을 나무에 씌우다 손발에 동상을 입기 일쑤였고, 병충해를 확인하느라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이렇게 심고 가꾼 나무가 지금까지 300여만 그루.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임실군 성수산자연휴양림은 바로 이렇게 김 옹 스스로 일궈낸 ‘작품’이다. 한국독림가협회 회장을 12년 동안 맡았으며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사회와 탐구’ 과목에 ‘나무할아버지’로 소개되기도 했다.

국립 광릉수목원 김성식(金成植·49) 연구원은 26년째 광릉 숲을 지키고 있는 수목원의 ‘산증인’이다.

강원대에서 식물분류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1980년 산림청에 들어간 그는 이때부터 1987년 광릉수목원이 정식 개장할 때까지 전국을 다니면서 각종 식물을 수집했다.

설악산 지리산 등 유명 산은 물론 이름 없는 야산들까지 수많은 산을 오르내렸다. 탐사를 나가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1년 중 절반 정도는 산이나 들판에서 보내야 했다.

김 연구원은 “폭우 속에서 나무 사진을 찍다가 간첩으로 오인받기도 하고,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는 생활이었지만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희귀식물’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감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자생식물보존회 이영주(李榮周·61) 이사는 일생을 우리 자생식물 연구와 보호에 바쳐 왔다. 서울대 농대 졸업 후 충북 진천군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자생 꽃과 나무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특히 25년째 보존회를 이끌어 오면서 노랑붓꽃과 흰바위취 등 우리 식물 자생지 수십 곳과 퍼진장대 등 10여 가지 식물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찾아냈다. 지난해엔 경남 남해군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새로운 수종으로 추정되는 선느티나무를 발견하기도 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산림의 경제적 가치 年 59조원▼

남한 면적 약 996만ha 중 641만ha에 이르는 산림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는 얼마나 될까.

답은 ‘연간 약 58조8813억 원(2003년 기준)’이다. 이는 2003년 국내총생산 721조3459억 원의 8.2%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민 1인당 약 123만 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내 산림의 공익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산림의 경제적 기여도를 △대기 정화 △토사 유출 및 붕괴 방지 △산림 휴양 △야생동물 보호기능 등으로 분류해 평가했다.

산림과학원 김종호(金鍾浩) 연구원은 “산림의 공익 기여도는 1989년 첫 조사에서 17조6560억 원이었으나 14년 만에 3.3배가 증가했다”며 “이는 산림에서 나오는 산소, 오염물질 흡수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는 제외한 수치”라고 말했다.

한국은 6·25전쟁과 무분별한 벌목으로 산이 헐벗었으나 1970년대부터 녹화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에는 아카시아, 싸리나무 등 연료용으로 사용되는 값싼 나무를 주로 심었다.

1980년대 들어 산지자원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소나무, 잣나무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심었고 이 결과 지금의 산림이 만들어졌다.

79년 산림의 공익기능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2000년 기준으로 산림의 공익기능이 75조 엔(약 843조 원)에 이른다.

일본의 산림면적은 2500만ha로 산림면적으로는 한국의 약 4배, 평가액으로는 14배이다. 이는 일본이 한국보다 숲을 잘 가꾸고 보존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산림과학원은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산림이 울창해졌지만 산불예방과 병해충 방지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매년 8000ha의 산림이 다른 용도로 전환되고 있어 그린벨트 등 녹지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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