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박범진]한국 보수주의 변해야 산다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40분


코멘트
한국 보수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리모델링하려는 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흐름이 ‘뉴 라이트’ 운동이다. 낡은 집은 허물고 재건축하거나 골격은 유지하되 내부 구조를 확 뜯어고치는 리모델링을 하듯이 한국 보수주의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386’ 운동권 출신들을 중심으로 ‘자유주의연대’를 출범시킨 것이 기폭제가 되어 새해 들어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익 편향 내용을 바로잡으려는 ‘교과서포럼’이 결성되었다. 지난달에는 40명의 대학 교수들이 뉴 라이트 운동이 지향해야 할 이념과 정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뉴 라이트 싱크넷’을 발족시켰다.

뉴 라이트 운동은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이래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급속하게 좌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의 여론이 그 밑바탕이 되고 있다. 기존의 보수주의를 대표해 온 한나라당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뒤떨어져 노 정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뉴 라이트 운동을 촉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그동안 한국의 오늘을 건설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광복 후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좌익을 제압하고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북한 공산집단이 일으킨 6·25침략전쟁에서 나라를 지켜 냈으며 전후의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건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개혁적 보수주의를 지향했던 김영삼 정권은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크게 기여했다.

▼낡은 집 허물고 리모델링해야▼

그런 반면에 오랜 권위주의 통치 기간을 거치면서 적잖은 부정적 유산도 남겼다. 인권 유린, 언론 탄압, 지역주의, 부정부패, 빈부격차가 대표적 사례다. 특히 2002년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이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변칙적으로 조달해 사용했던 사건은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줬다.

원래 보수주의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보수적 가치를 지켜 가려는 사상과 철학이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한나라당은 자기 혁신 없이 너무 기득권에 안주해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현재 당 혁신위원회가 당의 혁신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다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행정도시의 충청권 이전 문제를 놓고 심각한 내분을 보이고 있는 모습은 정체성 혼란과 지도력 빈곤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과거의 부정적 유산을 하루빨리 털어 버리고 시대변화에 맞게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뉴 라이트 운동은 한국의 보수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 라이트 운동은 우리의 건국이념인 자유주의의 재발견을 통해 실용주의와 미래지향 정신으로 선진한국 건설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성공적인 역사를 단절과 청산이 아니라 계승과 발전의 관점에서 보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이념적 정체성을 이어 가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민의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뉴 라이트 운동은 시민운동과 학술운동의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점차 국민 사이에 그 운동의 정신이 널리 전파된다면 한국의 보수주의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권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변화를 이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라이트’운동이 견인차 역할▼

보수주의에는 두 갈래의 사상과 철학이 혼재되어 있다. 전통주의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적 보수주의다. 전통주의적 보수주의는 국가 질서와 안정을 중시하고 애국주의와 법치주의를 존중한다. 자유주의적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존중하여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통주의적 보수주의는 대단히 강했으나 자유주의적 보수주의는 상대적으로 미약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보수주의가 개혁적 보수주의가 되려면 자유주의적 가치와 원리가 보수주의의 핵심 내용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뉴 라이트 운동은 우리의 자유주의적 보수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범진 건국대 초빙교수·정치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