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정보역량평가위 WMD보고서’ 잇단 비판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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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관해 왜곡된 정보를 생산한 것은 거짓말쟁이 이라크 망명자에게 놀아난 결과였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언론들은 또 지난달 31일 조사보고서를 발표한 WMD 정보역량평가위원회(CIC)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고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LAT “거짓말쟁이에 속았다”▼

▽거짓말쟁이에게 놀아난 정보기관들=LA타임스는 1일 미 정보당국이 ‘진짜 이라크 정보’의 수집 및 분석에 실패한 것은 신뢰할 수 없는 이라크 망명자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CIC 보고서를 근거로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판단은 정보 관계자들에게는 미친 사람으로, 친구들에게는 ‘선천성 거짓말쟁이’로 알려진 이라크 망명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암호명이 ‘커브볼’인 이 망명자가 이라크의 생물학 무기 개발에 참여했다고 주장했으나 무기 개발이 시작됐다던 1995년 이후 그는 이라크에 있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은 2000년 1월부터 2001년 9월까지 이라크 화공기술자 출신으로 독일에 망명한 ‘커브볼’에게서 나온 100여 건의 정보를 정보기관들에 배포했다.

2000년 5월 ‘커브볼’이 자신의 주장처럼 생물학 무기사고를 겪었는지 아닌지를 조사하기 위해 그를 만난 국방부 관리는 “커브볼이 알코올중독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으나 무시됐다.

▼WP “부시에게 면죄부 준꼴”▼

▽CIC는 부시의 보디가드=워싱턴포스트는 1일 CIC의 공동위원장인 로렌스 실버맨 전 판사와 찰스 롭 전 상원의원이 잘못된 정보로 이라크전을 일으킨 부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었으며 두 사람은 ‘부시 대통령의 보디가드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CIC가 명색이 ‘독립조사위’이면서도 9·11조사위원회처럼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을 직접 인터뷰하지도 않았고, 정책결정자들이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고 악용했는지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청문회 개최 등 독립성을 보여 주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버맨 위원장은 조사보고서 발표 직후 기자가 “부시 대통령이 CIA에 어떤 질문을 했느냐”고 묻자 “책(봅 우드워드 기자의 ‘공격 계획’)을 보면 알겠지만 대통령은 강하게 의문을 제기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가장 민감한 정부 서류도 볼 수 있는 위원회가 왜 서점에서 아무나 살 수 있는 책에 의존하느냐”고 꼬집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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