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유엔사무총장자리 벌써부터 신경전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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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물러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서서히 불붙고 있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1일 “유엔이 개혁돼 더 큰 정치적 권한과 활동 범위가 확보된다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뛰어들고 싶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자신에게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 의사를 물어 왔다면서 “그러나 유엔 기능이 현재대로 유지된다면 사무총장 직이 내게 전혀 맞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유엔 개혁이라는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이 출마 의사를 나타냄으로써 차기 총장 구도는 벌써부터 3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태국의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외무장관이 조직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홍석현(洪錫炫) 주미 한국대사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지지를 확보한 수라끼앗 장관은 적극적인 득표 전략을 수립하고 활동 중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는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에게 “태국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맡는 것을 양해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와 한국 정부가 이를 부인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태국의 ‘언론플레이’였다.

지역별로 총장을 안배해 온 유엔의 관행에 따르면 아난 총장의 후임은 아시아 국가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동유럽 국가들은 차기 총장이 자기들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더구나 아시아 국가들이 단일 후보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유럽인이 후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이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에 따라 총회가 임명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거부권을 갖고 있는 미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의 입김이 중요하며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추천을 받을 수 없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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