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낡은 고무신에서 깨달음을 엿보다…희상스님 개인전

  • 입력 2005년 4월 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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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1000켤레를 석고로 떠서 금강경을 새긴 희상 스님 작 ‘하나로 돌아가기’(2005년). 사진 제공 불일미술관
고무신 1000켤레를 석고로 떠서 금강경을 새긴 희상 스님 작 ‘하나로 돌아가기’(2005년). 사진 제공 불일미술관
불교에서 ‘발(족·足)’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45년간 ‘맨발’로 누비며 중생을 제도한 붓다가 열반한 직후 슬피 우는 제자들에게 관 밖으로 내밀어 보여 준 것이 ‘발’이었듯, 불가에서 발은 수행과 정진, 깨달음의 상징이다.

희상(42) 스님은 이 같은 발의 이미지를 ‘고무신’에 담아 특이한 설치작품을 만드는 비구니 작가다. 8∼17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여는 개인전 ‘하나로 돌아가기’에서 희상 스님은 동료 스님들이 신다가 버린 낡은 고무신으로 불법을 말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고무신 1000켤레의 석고를 떠서 선반 위에 진열한 뒤 금강경을 새긴 작품이나 때 묻고 낡은 고무신들을 전시장 가운데 수북이 쌓아 놓은 작품들의 제목은 ‘하나로 돌아가기’. 결국 모든 것은 하나라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의 메시지다.

희상 스님은 “1년 동안 하루 8시간씩 석고 고무신에 금강경을 새겼다”면서 “내게는 예술의 과정이 곧 수행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회화작품 4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독일에서 8년간 현대미술을 공부한 스님이 8년 만에 귀국해 갖는 첫 전시회다. 02-733-5367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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