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한국 美의 재발견’… 한국적 아름다움의 진수

  • 입력 2005년 4월 1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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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美의 재발견/강우방·이건무 외 21명 지음/전 14권·각 권 2만5000∼3만 원·솔

성근 나무를 배경으로 어미의 등에 누워 잠든 강아지와 어미 품에 안겨 젖을 빠는 다른 강아지 2마리가 그려진 ‘모견도(母犬圖)’.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세종의 현손으로 조선 전기의 화가였던 이암(李巖·1507∼1566)이다. 그는 한때 남송의 화가 모익(毛益)의 화법을 배웠다고 전해졌으나 유사성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암은 국내보다 일본에 유작이 많아 한때는 일본 무로마치(室町) 시대의 승려화가 가잔 세이추(完山靜仲)로도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오해와 일본의 화가로 잘못 알려진 그의 ‘모견도’는 한국회화의 특색을 뚜렷이 보여준다. 화면 전개에서 논리성과 완벽성은 떨어지지만 보는 사람에게 여유와 자유로운 상상이 깃들게 하고 정감어린 정취에 젖어들도록 하는 점에서 그렇다. 기교 넘치는 중국 회화나 장식성이 강한 일본 회화와 대별되는 한국회화의 멋은 그런 서정과 해학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암의 ‘모견도’. 배경의 나무는 거칠게 표현하면서도 강아지들의 앙증맞은 모습과 어미 개의 푸근한 눈매는 섬세하고 정감 있게 묘사해 한국적 미를 담아 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4권으로 이뤄진 ‘한국 미의 재발견’ 총서의 대미를 장식한 ‘회화’(이원복 국립광주박물관장 지음)편에 등장하는 한국 회화의 독창성에 대한 설명이다. 이 총서는 지난달 ‘회화’와 ‘목칠공예’(박영규 용인대 교수ㆍ김동우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 지음)의 발간으로 집필에 들어간 지 4년 만에, 첫 책 ‘선사 유물과 유적’이 나온 지 2년여 만에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가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이 총서의 완간은 더욱 뜻 깊다.

총서는 선사 유물과 유적, 고분미술, 불교 조각·건축·회화, 궁궐·유교건축, 금속공예, 도자공예, 목칠공예, 회화에 걸쳐 한국적 아름다움의 원류를 탐사한다. 미술사학계의 강우방 이화여대 초빙교수와 고고학계의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을 필두로 한국 고고미술사학계의 신구 학자들이 골고루 집필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한국적 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시각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청소년들에게 한국적 아름다움의 진수를 일깨워 줄 수 있는 입문서로서 충실하다는 것도 이 총서의 미덕이다. 각 권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로 해당 분야의 역사적 흐름과 한국적 특성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 이뤄지고, 둘째로 엄선한 개별 미술품을 상세히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연표와 지도, 일러스트, 친절한 용어설명을 붙이는 한편 중간중간 일반인이 흔히 갖게 되는 의문에 답하는 부속물을 삽입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전 시리즈에 걸쳐 한국미술의 대표작을 엄선한 3000여 장의 원색사진만으로도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실제 8권인 ‘금속공예’편은 200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의 책 100’으로 선정됐다.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분야별로 개별 집필이 이뤄지다 보니 전체를 관류하는 종합적이면서 독창적인 시각을 찾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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