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술의 그림들’…미술작품 속에 나타나는 동식물들

  • 입력 2005년 4월 1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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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의 그림들/아니타 알부스 지음·배진아 옮김/392쪽·1만8000원·생각의 나무

16세기 유럽의 우의(寓意)적인 그림엔 종종 해면이 등장한다. ‘온몸에 물이 가득 찰 때까지 수분을 흡수하는 해면처럼, 선한 자들도 부당한 고통을 참아 낸다’라는 등의 경구가 적혀 있는 경우도 많다. 당시 그림에서 해면이란 ‘인내’를 상징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엉겅퀴를 먹는 새는 고난을 통해 얻은 현명함을, 잠자리는 사악함을 해치우는 선의 투쟁을 나타냈다. 순결한 토끼, 간사한 원숭이, 사악한 도마뱀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동물 상징’들이 이때 정립됐다.

저자는 후기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미술작품 속에 나타난 동식물의 상징과 우의성을 도상학(Iconography)적 관점에서 추적한다. 특히 16세기 미술 작품 속의 자연물에 관한 소개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물학과 비교해부학, 의학이 만개했던 이 시기에 이례적으로 많은 신비한 동식물들이 미술 작품을 수놓기 때문이다.

평생 곤충에 미쳐 살았지만 남미 곤충 여행단 모집에 실패해 불우한 말년을 보내야 했던 17세기 여성 화가 마리아 쥐빌라 메리안 등 유별났던 ‘동식물 화가’들의 일화도 소개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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