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축구, 전쟁일까 놀이일까

  • 입력 2005년 4월 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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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부터 수준높은 책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독서 정보를 안내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코너를 새로 연재합니다. 안광복(서울 중동고 철학교사) 표정훈(출판평론가) 씨가 격주로 이 코너를 맡습니다.》

월드컵 축구 예선의 열기가 뜨겁다. 축구는 알수록 재미있다. 아직도 축구가 공을 쫓아 뛰어다니는 운동 정도로 보인다면 ‘축구가 으랏차차’(주니어김영사)를 읽어보자. 축구에서는 공이 없는 공간에서도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진다.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의 수를 읽고, 속고 속이는 전술과 진형(陣形)으로 공의 움직임을 미리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 책에는 드리블 같은 개인 기술부터 진형과 전략까지 축구의 모든 게 소개되어 있다. 읽고나면 축구가 고도의 두뇌게임으로 다가올 것이다.

축구는 정치 바람을 많이 타기도 한다. 정치가들은 흔히 축구를 권력의 발판으로 삼곤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총리가 된 데에는 수렁에 빠진 프로축구팀 AC 밀란을 인수해 부활시킨 공로가 컸다. 아울러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의 축구 클럽이 된 데에는 지역 갈등도 큰 몫을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은 FC 바르셀로나. 각각 카스티야와 카탈루냐가 근거지다. ‘축구의 문화사’(살림)는 이렇듯 축구의 배경과 역사를 하나씩 풀어 보여준다. 외국인 혐오주의자들인 스킨헤드족(族)이 많았다는 1980년대 영국 홀리건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어느덧 축구는 ‘공으로 하는 정치’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축구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J 호이징하는 ‘호모 루덴스’(까치)에서 놀이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규정된 시공간 하에서 이루어지며, 규칙이 있을 것. 이렇게 따져보면 삶은 곧 놀이 자체다. 재판은 공판정이라는 공간 안에서 법이라는 규칙에 따라 제한된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논리 게임이다. 축구 또한 ‘전쟁이란 게임’ 대신 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건전한 놀이로 볼 수 있다. 갈등이 계속되더라도 한일정기전은 계속되어야 하고 경평(京平)축구도 부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인의 스포츠’인 축구는 한 나라를 읽는 주요 코드이기도 하다. 축구를 통해 북한의 달라진 모습을 해석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안광복 서울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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